삼성전자가 11조3000억원의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을 발표했다. 매입규모는 100억 달러에 상당하는 금액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금융투자업계는 삼성전자의 대규모 자사주 매입이 그동안 시장에서 제기된 주주환원정책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주가 디스카운트(저평가)를 해소하는 변곡점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 11조3000억원 자사주 매입ㆍ소각= 29일 삼성전자는 11조3000억원의 자사주를 매입하고, 매입한 주식은 전량 소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1회차 자사주 매입 규모를 4조2000억원으로 결의하고 오는 30일부터 3개월간 보통주 223만주와 우선주 124만주를 매입할 계획이다.
1회차 매입에서 삼성전자가 우선주 비중을 35%로 결정한 것은 이사회 전일 기준으로 우선주 주가가 보통주보다 22% 낮아 우선주 매입 비중을 높임으로써, 동일한 금액으로 더 많은 수량의 주식을 소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삼성전자는 우선주 주가가 보통주보다 10% 이상 낮을 경우 우선주 매입 비중을 높임으로써 동일한 금액으로 더 많은 주식을 소각할 계획이다.
또 삼성전자는 향후 3년간 주주환원 계획을 발표했다. 우선 연간 발생하는 프리캐시플로(Free Cash Flow, 순현금수지)의 30~50%를 배당 및 자사주 매입 방식으로 주주환원에 활용할 방침이다.
특히 앞으로 3년간 배당에 중점을 두고 주주환원을 진행하되 잔여재원이 발생하면 자사주 매입을 시행할 것이라고 삼성전자는 밝혔다. 이번과 마찬가지로 향후에도 매입한 자사주는 전량 소각할 예정이다. 올해 배당은 내년 1월 이사회 결의 후 발표될 예정이며 2016년부터는 분기배당 제도의 도입을 검토 중이다.
◇대규모 자사주 매입…주가 저평가 해소 전망= 금융투자업계는 삼성전자가 역대 최대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해 주주가치 제고 작업을 본격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애플ㆍ구글 등 글로벌 IT기업에 비해 배당성향 등 주주친화정책이 미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한국 기업들의 배당 성향(5월 말 기준)은 평균 16.75%로 조사 대상인 51개 나라 가운데 가장 낮았다. 특히 삼성전자의 배당성향은 13.0%로, 경쟁관계에 있는 애플, IBM 등 글로벌 IT 기업보다 14~15%포인트 가량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삼성전자의 주주환원정책 강화로 주가 디스카운트 요인도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삼성전자의 주주환원정책은 일단 자사주 매입 규모면에서도 시장의 기대치를 충족시키는 수준”이라며 “향후 계획에서도 프리캐시플로의 30~50%를 주주환원하고 분기배당제도 도입을 검토한다는 점에서 미약한 주주환원정책에 대한 시장의 불안감과 불만을 해소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주주환원정책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해소시켜 주가는 저평가 국면을 벗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해외 기업들 사례를 보면 사업환경에 대한 의구심이 있을 때 자사주 매입과 배당확대 등을 통해 주가를 방어하고, 점진적으로 업황 회복을 기다려 주가를 끌어올리는 변곡점을 만드는 모습을 많이 보여왔다”며 “글로벌 투자자의 관점에서 봤을 때 배당성향이 낮다는 것 자체가 투자 유인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 만큼, 삼성전자의 주주환원정책 강화는 주가 저평가 해소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주주환원정책 강화는 코스피의 상승 여력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증권 김용구 주식전략팀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주주친화정책은 자사주 매입과 배당정책을 포괄한 더욱 진일보한 형태의 주주정책 변화”라며 “삼성전자뿐 아니라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시발점이자 코스피 2050~2070선 상단 저항을 극복하는 단초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도 “삼성전자의 코스피 시가총액 비중이 15%에 달하는 만큼 삼성전자 주가가 오르면 코스피도 상승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다만 미국의 금리인상과 중국 경기부양에 대한 불확실성이 상존해 중장기적으로 코스피 상승에 기여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