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HD(AHD) 기술을 적용한 폐쇄회로TV(CCTV) 카메라용 ‘이미지시그널프로세서(ISP)’로 반전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시장을 중심으로 AHD 적용 제품을 적극 확대해나갈 계획입니다.”
경기도 판교 본사에서 만난 김경수<사진> 넥스트칩 대표는 자신감이 넘쳤다. 지난해까지 2년 동안 회사의 적자가 이어졌던 회사의 대표치고는 표정도 밝았다. 올 상반기부터 경영실적이 좋아지면서 회사 분위기가 반전된 탓이다. 회사는 올 2분기엔 매출 156억1000만원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타더니 3분기엔 173억5000억원으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암흑기를 견뎌온 넥스트칩이 올해를 기점으로 재도약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넥스트칩은 1997년 김 대표가 창업한 영상보안장치용 영상처리칩 개발업체다. 다른 창업초기기업들과 달리, 넥스트칩은 회사 설립 이듬해인 1998년부터 영업이익을 내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갑자기 불어닥친 외환위기에도 넥스트칩은 성장을 이어갔다. 그야말로 승승장구였다.
김 대표는 “당시 벤처업계에선 이례적으로 벤처캐피털(VC)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지 않고 기업을 키워나갔다”며 “가격 대비 성능비가 우수한 경쟁력을 무기로 시장 확대에 속도를 냈고 빠른 시기에 회사를 안전궤도 안에 올려놨다”고 말했다.
높은 기술력과 해외시장에서의 활약으로 2013년 중소기업청의 ‘월드클래스300프로젝트’에 선정됐고, 같은 해 산업통상자원부의 ‘글로벌 전문기업 후보’에도 뽑혔다. 월드클래스300과 글로벌 전문기업에 함께 선정된 것은 정부가 넥스트칩의 잠재력을 인정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칩 설계에서부터 기술지원까지 종합 솔루션을 제공한 것이 점유율을 키우는 데 주효했다”면서 “또한, 다양한 회사의 센서에도 최적의 효율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한 점도 시장 표준화에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2013년부터 승승장구하던 넥스트칩도 휘청였다. 일반화질(SD)급 영상보안기기 영상처리칩 시장에서 국내외 기업들의 경쟁에 치열해지면서다. 2013년 창사 이래 첫 적자를 내더니, 지난해까지 손실을 이어갔다. 이 시기를 김 대표는 “재정비의 시간”으로 표현했다. 단순한 부진의 시기가 아닌, 미래를 준비했던 기간이라는 의미다.
넥스트칩은 이 같은 2년간의 적자를 끝내고 올해는 연간 흑자를 바라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출시한 CCTV 카메라용 ISP인 AHD를 통해서다. AHD는 CCTV 카메라 시스템에서 HD급 이상의 영상을 아날로그 방식으로 장거리 전송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다. 김 대표는 “이젠 AHD가 아날로그 영상보안 시장의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 AHD 시리즈를 출시한 이후 지난해 4분기 넥스트칩은 무려 8분기 만에 흑자로 전환했다. 거대시장인 중국에서의 호응이 좋았던 탓이다. 넥스트칩의 중국 매출 비중은 올해 70% 수준까지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김 대표는 이를 통해 중국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이미 중국에선 현지 CCTV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경쟁력을 입증받고 있다”면서 “AHD 기술이 적용된 넥스트칩 ISP를 사용하면 카메라 시스템만 교체하면 돼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향후 김 대표는 자동차용 카메라 시장에서의 성과도 기대하고 있다. 그는 “기존 블랙박스, 후방카메라 정도에서 앞으로 차선 감지, 지능형 운전자보조시스템 등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는 비중이 늘 것”이라며 “CCTV용 이미지 솔루션 기술 기반으로 차량용 시장에서도 조만간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