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용평가사의 기업 신용등급 책정 기준이 2002년에 비해 높은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자본시장연구원은 최근 ‘회사채 발행시장의 주요 변화와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신용평가사들이 신용등급 보수화에 대한 시장 압력에 대응해 기준을 강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2002년 이전에 비해서는 높은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이번 분석을 위해 1999~2002년 신용평가를 받은 기업의 재무변수를 기준으로 삼았다. 당시 기준을 2003~2014년에 신용등급을 받은 기업에 적용하면 2008년부터 신용등급 평가가 관대화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 연구원의 분석이다.
보고서는 “신평사는 2010년에 가장 관대한 신용등급을 부여했다”며 “2011~2014년에는 2010년에 비해 등급 책정이 보수화됐지만 1999~2002년에 비해서는 여전히 관대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최근의 기업 신용등급 하락은 금융위기 이후 국내 기업의 저조한 영업실적이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해석했다. 2000년대 초반보다 신평사의 신용등급 책정 기준은 관대하지만 실적 악화로 기업의 신용등급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회사채 시장의 양극화 현상도 심화될 것으로 봤다. 그 이유로는 △신용스프레드 상승으로 회사채의 투자 수익 감소 △미국의 금리 인상 전망 등을 들었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은행은 최근 자산건전성이 악화하고 있어 기업대출의 전면 확대는 제약이 있다”며 “기업은 영업성과를 개선하고 재무 체질을 강화하는 것이 자금조달시장 구조의 변화에 대응하는 근본적인 해결방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