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제품의 ‘기능’에 초점을 맞춰 새로이 유통할 제품을 발굴해 왔다. ‘아, 이런 기능을 가진 제품이라면 정말 쓸모가 있겠구나!’, ‘정말 필요했던 제품이라서 시장 반응이 좋겠는데!’라는 식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소비자의 구매 특성이 사뭇 다름을 새삼 느낀다. 이전의 구매 행태가 제일 먼저 기능적인 면에서 남다르고 뛰어난지 확인한 후 2차적으로 AS나 브랜드 및 디자인을 살피는 순서였다면, 최근 들어서는 디자인 그 자체가 하나의 메인 콘셉트인 경우가 많다. 디자인만 새롭고 예쁘다면 기능은 어떻든 상관없다는 뜻이 아니다. 10년 전과는 달리 소비자들이 제품 선택 시 보는 요소에서 ‘기능’이 더 이상 그리 차별적인 요소로 작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차별적인 요소에서 첨병 역할을 해 오던 제품 외관과 패키지라는 ‘눈에 보이는’ 요소(design)가 제품의 기능적 차별성이 희미해진 틈을 타 소비자를 강하게 후킹하는 차별화된 콘셉트가 되고 있다. 기술적 평준화가 디자인의 차별성을 낳고 있는 현상이다.
최근 미국의 클라우드 펀딩 사이트 인디고고(Indiegogo)에서 플렉스캠(Flexcam)이라는 콘셉트로 성공적으로 론칭한 바우드(Boud)라는 회사가 있다. 휘어지는 가는 몸통을 가진 40cm 정도의 카메라로, 팔에 두를 수도 있고, 반려견의 목에 걸어주면서 사진과 동영상을 언제 어떤 형태로든 고정시키고 찍어댈 수 있다는 게 PIC(픽)이라는 플렉스캠의 기능적 특징이다. 하지만 미국의 얼리어답터들은 이 카메라의 기능보다는 차별화된 디자인에 후한 점수를 준 것 같다. 늘 카메라는 육면체 사각 박스에 있던 것을 막대 모양의 휘어지고 앙증맞은 캐릭터의 디자인으로 승부해 무려 목표액의 15배 이상의 파란을 일으켜 내년 초 ‘CES 어워드’에서 수상할 예정이다. 디자인의 차별성이 소비자를 강하게 후킹한 셈이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라는 말은 같은 값이나 같은 기능이라면 예쁜 것을 찾는다는 옛말이다. 아마도 아이폰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위 속담이 맞았을 것이다. 가격을 먼저 보고, 기능이 가격과 합당한지를 살핀다는 것이다. 그 다음 디자인도 좋으면 “생큐!”하지만 이제 사람들은 바쁘다. 선택의 시간도 많지 않고, 광고를 통한 브랜드의 신뢰도도 예전 같지 않다. 믿을 만한 경험자들의 입소문을 가장 신뢰하며, 자신의 눈에 끌리는 그것을 찾아 단 15분간 면세점 진열대를 두리번거린다. 무엇이 그들의 눈동자를 진열장에 멈추게 할 수 있을까? 바로 디자인이다. 이제는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점차 브랜드의 정중앙에 자리 잡아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