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 등 두 회사의 주가가 지난 1년간 약 900% 폭등하면서 설립자인 임성기 회장이 한국 억만장자 클럽에 합류하게 됐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한미사이언스의 주가는 전날까지 1년간 971%, 한미사이언스 자회사인 한미약품 주가는 805% 각각 폭등했다. 이는 아시아증시 상장 종목 가운데 가장 큰 상승폭이다. 이에 힘입어 임성기 회장의 재산은 16일 종가 기준 약 27억 달러(약 3조1845억원)를 기록하며 억만장자 대열에 이름을 올렸다.
한미약품은 당뇨병과 관절염 치료제 덕분에 최근 수개월간 얀센제약과 사노피 일라이릴리 등 세계적인 제약사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해 투자자들로부터 각광을 받았다. 이진우 KTB자산운용 펀드매니저는 “한국 제약업체 중에 이렇게 큰 규모의 딜을 성사시킨 적은 없었다”며 “한국 업체들은 (글로벌) 대형 제약사로부터 큰 관심을 받지 못했으나 이번 딜은 한국 제약업체의 기술에 대한 관점을 바꿀 것”이라고 평가했다.
1940년생인 임 회장은 1965년 중앙대 약대를 졸업하고 1973년 임성기제약을 설립, 그해 회사명을 한미약품으로 변경했다. 임 회장은 한미약품 대주주인 한미사이언스 지분 약 36%를 보유하고 있다.
통신은 그러나 한미약품의 성공을 단언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지적했다. 샘 파젤리 블룸버그인텔리전스 애널리스트는 “사노피와 계약을 맺은 당뇨병 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efpeglenatide)’가 성공을 좌우하는 핵심 약품이 될 것”이라며 “다른 약품들은 아직 너무 초기 단계”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라이릴리는 이미 일주일에 한 번 투약하는, 비슷한 당뇨약인 ‘트룰리시티(Trulicity)’를 시장에 내놓고 있다”며 “한미약품의 신약이 경쟁사 약품보다 2~3년 뒤처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미약품은 새 당노병 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를 세계 최초로 일주일에 한 번 투약해 혈당을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혁신신약(first-in-class)으로 개발하고 있다.
생명공학 분야에서는 한미약품처럼 갑작스럽게 부상하는 경우가 흔하다. 미국 나스닥에서는 제품도 몇 개 안되고, 이익도 내지 못하는 회사라도 언젠가는 신약이 대박을 터뜨릴 것이라는 믿음으로 투자자들이 몰린다.
삼성증권의 김승우 애널리스트는 “한미약품은 우리나라 제약사 가운데 글로벌 주자로 성장할 잠재력이 가장 큰 기업”이라며 “다만 신약들이 임상시험 단계마다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놓고 상업화도 많이 지연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미약품은 이미 머크앤코를 통해 세계 51개국에 수출되는 베스트셀러 ‘아모잘탄(Amosartan)’ 등 몇몇 혈압약을 보유하고 있으며 치매와 발기부전 치료제 등도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한미약품은 7610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연구·개발(R&D)은 매출의 20% 이상 비중을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