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나 스노보드를 탈 때 골칫거리는 비단 추위 뿐만이 아니다. 위치 에너지를 운동에너지로 바꾸는 운동인 만큼 산 아래로 이동하는 동안 충분한 시야 확보가 필수인 스포츠다. 그런데 한참 내려가는 중 고글 안쪽에 김이 서린다면? 운전하다가 앞유리 안쪽에 김이 서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자동차는 김 서림 제거 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 이런 상황에서 간단히 벗어날 수 있다. 에어컨디셔너라는 아주 훌륭한 문명의 이기가 탑재되어 있으니까.
문제는 산속에서다. 고글은 머리에 착용하는 제품인 만큼 가벼워야 하고 동시에 눈과 코, 얼굴을 보호해야만 하는 제품이다. 보통 이런 부분만 고려하다 보니 큰 기능을 추가하기는 어려운 상황. 물론 2중 렌즈나 환기구를 뚫어 결로 현상이 생기는 조건인 온도차를 줄이는 방법도 있다. 최근에는 렌즈 안쪽을 결로 방지 처리하고 팬을 달아 내부 온도를 낮추는 방법까지 써왔다.
문제는 이게 일시적인 방법일 뿐 완벽한 제습이 되진 못한다는 것. 갑자기 눈을 뒤집어쓰거나 얼굴에서 땀이 나는 등 급격한 변화가 일어났을 땐 지금까지 설명한 전통적인 방법으로는 대책이 없다. 결국 원천적으로 렌즈 안쪽에 맺힌 물방울을 기화시켜야 한다는 뜻이다.
나이키 출신의 Tory Orzeck 선행 디자이너는 KLAIR 기술이라는 비밀병기를 만나 새로운 고글을 만들어냈다. 습기 방지 고글의 이름은 Abom. 원자폭탄의 느낌이 강했지만 고글을 디자인한 회사의 이름이 ‘Abominable Labs.’이었다.
사설은 길었지만 기능은 단순하다. 2개의 칼자이스 렌즈 사이에 열전도 박막 필름을 끼워 넣어 렌즈 온도를 직접 높이는 방식이다. USB로 충전 가능한 배터리를 고글 본체에 내장하고 배터리에서 나온 전류를 필름에 흘려 마치 전기장판과 같은 원리로 렌즈의 온도를 높인다. 간단하고 무식한 방법이지만 솔직히 액체를 기체로 만드는 방법으로 가열만 한 게 없다.
고글에 습기가 차면 착용자는 간단히 본체 옆에 있는 전원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된다. 1분 안에 모든 습기가 제거되는데 전원이 켜진 후 10분 동안 동작한다. 배터리 소모를 막기 위해서다. 하루종일 눈이 내려 습도가 높은 상황이라면 버튼을 길게 누르면 된다. 최대 7시간까지 연속 동작하니까. 아침에 슬로프가 움직일 때부터 켜고 저녁 야간스키까지 사용 가능하단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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