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제지표는 좋아지고 있지만 미국인의 살림살이는 별로 나아지지 않고 있다. 가계 부채가 크게 늘어 금리가 인상되면 살림살이가 더욱 팍팍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국의 고용지표를 보면 10월 중 실업률이 5.0%로 거의 완전고용 수준이었고 지난주 실업수당 신청 건수도 27만1000건으로 그 전주보다 5000건 감소했다. 10월 중 시간당 평균 임금도 전년 동월 대비 2.5% 올라 2009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표상으로는 나무랄 데 없이 좋은 상태다. 그러니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12월 중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그러나 미국 가정의 살림살이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19일(현지시간) 뉴욕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올 3분기 중 미국의 가계 부채는 12조700억 달러로 전 분기보다 2120억 달러 늘어 2010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이 8조2600억 달러로 1440억 달러 늘어 2007년 이후 두 번째로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자동차할부대출도 1조500억 달러로 390억 달러 늘어 18개 분기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고 학자금 융자도 1조2000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택 구입이 늘어나면서 부동산 신규대출이 5020억 달러로 2년 만의 최고치를 나타냈고 주택압류는 17년 만의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가계의 돈 흐름이 원활치 않아 학자금 융자 연체는 11.6%로 2분기 연속 늘었다.
가계 부채가 이처럼 늘어나니 살림살이가 팍팍할 수밖에 없다. 뉴욕시민의 경우 절반 정도가 겨우 겨우 생활을 하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그리고 뉴욕시민의 대부분은 다음 세대의 미래를 아주 불안하게 생각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와 시에나대학과 함께 뉴욕시민 1961명 대상으로 전화설문조사를 한 결과 이렇게 나타났다. 뉴욕시민들은 교육, 일자리, 범죄 등에 대해 우려를 하면서도 경제에 대한 걱정이 가장 컸다. 뉴욕에서 제일 가난한 브롱크스 지역의 경우 응답자의 36%가 지난해 가족이 먹을 식품을 충분히 살 돈이 없을 때가 있었다고 했다. 또 제대로 된 일자리를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20%에 불과했다. 브롱크스 지역 응답자의 50%는 동네 청년이 마약과 술에 빠져 있다고 걱정했다. 조직폭력에 가담한 같다고 걱정하는 비율도 37%에 달했다. 이웃집 아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것으로 예상한 비율도 60%에 그쳤다. 더 암담한 것은 이웃집 어린이의 가족 중 수감 중인 사람이 있다는 응답도 44%에 달했다.
그럼에도 뉴욕시민은 희망을 놓치 않고 있었다. 응답자의 33%가 앞으로 이웃집의 살림이 나아질 것이라고 했다. 40%는 그저 그럴 것이라고 응답했고. 27%는 나빠질 것이라고 답했지만 나아질 것이라는 비율이 높았다.
이 설문조사에서 가장 눈길이 끈 것은 응답자의 65%가 뉴욕이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도시라고 대답한 대목이다. 살기는 힘들어도 뉴욕에 대한 자부심만은 높았다. 그래서 그런지 노숙하는 홈리스도 많이 줄었다. 19일 미국주택도시개발부 발표에 따르면 2015년 1월 현재 미국의 홈리스는 56만4708명. 2010년 이후 7만2000명(11%)이나 감소했다. 이 가운데 39만1440명(69%)는 홈리스용 숙박시설을 이용해 노숙한 홈리스는 17만3268명(31%)으로 줄었다. 경기가 좋아지고 재정이 확대되면서 홈리스가 더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