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재계는 SK그룹 인사 중 최태원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 여부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 광복절 사면에서 대기업 총수 중 유일하게 사면·복권돼 법적으로 등기이사 복귀에 아무런 제약이 없다.
등기이사가 된다는 것은 회사 경영에 대해 법적 책임을 진다는 의미가 있어 등기이사가 아닌 현 상황과 비교할 때 회사 경영에 있어 책임과 무게감이 사뭇 다르다. 최 회장이 책임경영 차원에서 등기이사에 복귀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최 회장은 앞서 2014년 3월 대법원에서 징역형이 확정된 후 SK㈜와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와 SK C&C 등기이사에서 물러났다. 최 회장이 등기이사로 복귀한다면 지주사인 SK㈜와 대규모 투자를 예고한 SK하이닉스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등기이사로 복귀하면 연봉을 공개해야 하는 것이 부담이다. 상당수 대기업 오너들은 연봉 공개를 피하고자 자발적으로 등기임원에서 이름을 뺀 채 경영에 관여하고 있다. 자본시장법상 등기임원은 5억원 이상의 보수를 받으면 이를 분·반기 및 사업보고서 등을 통해 공개해야 한다.
한편 재계에서는 애초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8월 사면 복권 이후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최근 최 회장이 수장 공백 기간에 그룹을 이끈 수펙스추구협의회가 이룬 성과에 대해 높이 평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예상보다 인사 폭이 줄어들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에 따르면 SK그룹 CEO 인사는 소폭 변동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K그룹 안팎에서는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비롯해 주력 계열사 CEO 대부분이 유임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 회장이 지난달 말 제주에서 열린 ‘CEO 합숙 세미나’에서 SK의 독특한 지배구조 체제인 수펙스추구협의회의 ‘따로 또 같이’ 3.0 체제가 이뤄낸 성과를 높이 평가하며 김 의장 등에 대한 두터운 신뢰를 나타낸 데다, 지난해 임원 인사에서 주력 계열사 CEO에 대한 인사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SK그룹은 지난해 SK이노베이션 사장에 정철길 SK C&C 사장을, SK텔레콤 사장에는 장동현 SK플래닛 COO, SK네트웍스에는 문종훈 수펙스추구협의회통합사무국장, SK C&C 사장에는 같은 회사의 박정호 Corporate Development장을 각각 이동 및 승진 보임했다. 또 SK에너지는 정철길 이노베이션 사장을 겸직시켰다. 다만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SK해운 백석현 사장은 최 회장의 재신임을 받아야 할 것으로 예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