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의 유행에 그칠 것으로 생각했던 복고열풍이 또 한 번 거세게 휘몰아치고 있다. 지난해 MBC 예능 ‘무한도전’의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가 1990년대 열풍을 불러일으켰다면, 올 겨울은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종합편성채널 JTBC 예능 ‘투유 프로젝트-슈가맨’(이하 슈가맨), ‘히든싱어4’ 등이 주인공이다.
“3번째는 잘되기 힘들 것”이라는 신원호 PD의 말은 겸손이었다. ‘응답하라 1988’은 첫 회 시청률 6.1%(이하 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를 기록했다. 방송 5회 만에 10%의 고지도 넘어섰다. 드라마 OST는 옛 향수를 자극하며 음원 사이트 실시간 차트 상위권을 차지했다.
‘응답하라 1988’은 이전 시리즈와 달리 가족 이야기에 중점을 두고 있다. 신 PD는 기자간담회에서 “‘한지붕 세가족’ 같은 가족 드라마를 만들고 싶었다. 시청률보다도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보고 훈훈함과 뭉클함을 느낄 수 있는 드라마를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그의 말처럼 ‘응답하라 1988’은 쌍문동 한 골목 이웃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이야기를 통해 현재는 좀처럼 느끼기 어려운 부모와 자식 간의 따뜻한 가족애, 이웃과 음식을 나눠 먹던 그 시대의 정(情)을 복기시켰다. 그 결과 40∼50대 시청자의 마음까지도 움직였다.
예능에서 복고를 불러일으킨 ‘히든싱어’와 ‘슈가맨’은 과거 인기가요의 원곡 가수를 소환한다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풀어내는 방식은 사뭇 다르다. ‘슈가맨’은 제작 단계부터 ‘토토가의 아류’라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한때 사랑을 받았던 잊혀진 가수와 히트곡을 재조명하고, 연령별로 앉은 방청객들의 반응이 재미를 주기 시작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 결과 매회 출연가수와 역주행 노래가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와 음원차트 상위권을 차지하게 됐다. 특히 24일 방송은 시청률 2.395%를 기록하며 2%대로 첫 진입했다.
시즌4를 맞은 ‘히든싱어’도 실력파 가수와 그 가수를 따라 하는 모창 도전자의 대결이라는 포맷으로 매회 신선함을 안기며 기억 저편으로 넘어간 노래들을 부활시키고 있다. 특히 이번 시즌의 마지막 초대 가수인 변진섭은 현재의 복고 감성을 염두에 두고 섭외했다는 설명이다. 조승욱 CP는 “요즘 ‘응답하라 1988’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 그 당시로 돌아가 추억하게 하는 편이 될 것”이라며 기대를 당부했다.
안방극장의 복고 열풍에 대해 한상덕 대중문화평론가는 “경제가 어렵고 사회가 불안할수록 대중은 판타지를 원한다”며 “과거 행복했던 시절을 복원하기 원하면서 복고가 소비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그는 “복고는 소재가 빈곤할 때 나타나는 것”이라며 “지나친 대중문화의 복고 열풍은 그리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