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SPA(제조·유통·판매 일괄) 브랜드들 성적이 국내 시장에서는 거꾸로 가고 있다. 세계 1, 2위 자라와 H&M이 한국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반면, 유니클로는 파죽지세다. 유니클로는 올해 국내에서 매출 1조원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3일 유니클로 한국법인 에프알엘코리아에 따르면 이 회사의 8월 회계연도 마감(2014년 9월 1일부터 2015년 8월 31일까지) 기준 매출이 전년 대비 25% 신장한 1조1169억원을 기록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45% 증가한 1564억원, 순이익은 47% 증가한 1194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에프알엘코리아는 유니클로 본사인 일본 패스트리테일링과 한국의 롯데쇼핑이 지분을 각각 51%, 49% 보유하고 있는 회사다.
유니클로는 2009년 처음으로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선데 이어 2012년 5000억원을 돌파했으며 3년 만에 다시 매출을 두 배 가까이 끌어올리며 국내 최고 인기 브랜드 자리를 공고히 했다. 국내 패션시장에서 단일 브랜드 기준으로 매출 1조원을 넘어선 것은 유니클로가 처음이다. 국내 1위 패션기업인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대표 브랜드 ‘빈폴’은 론칭한 지 26년이 지났지만 매출 1조원을 밑돈다.
유니클로 관계자는 “라이프웨어(LifeWear)라는 콘셉트를 추구하며, 누구든 언제, 어디서나 편안하게 입을 수 있는 뛰어난 기능과 디자인의 옷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해온 것이 성장 비결”이라고 전했다.
반면 자라와 H&M은 맥을 못추고 있다. 자라(한국법인 자라리테일코리아)는 2012년까지 매년 20% 이상의 높은 매출 신장률을 보였으나 2013년 11.5%, 2014년 4.6%로 성장세가 급감했다. 지난해 매출은 2379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률도 평균 3~5%를 나타내다가, 지난해에는 급기야 한국 진출 6년만에 첫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H&M(한국법인 이치앤엠헤네스앤모리츠)은 2011년과 2012년 69.4%, 42.4%의 높은 매출 성장을 보이다가 2013년 36.3%, 2014년 12.8%로 주춤했다. 영업이익률도 2011년과 2012년 12.8%와 14.9%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2013년 5.1%, 2014년 2.4%로 떨어졌다. 2년 연속 영업이익이 반토막난 셈이다.
자라의 모기업인 스페인 인디텍스와 H&M의 모기업인 스웨덴 에이치앤엠헤네스앤모리츠인터내셔널AB는 지난해 전 세계 매출이 각각 181억 유로(약 22조원)와 1514억 크로나(약 20조원)로, 세계 SPA 시장에서 1, 2위를 차지했다. 미국의 갭이 3위다. 자라와 H&M은 4위인 유니클로의 모기업 패스트리테일링(1조3804억엔·약 12조원)보다 매출 규모가 2배 가까이 크다.
업계에서는 자라와 H&M이 유독 한국 시장에서 고전하는 이유로 ‘현지화 실패’를 꼽는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깐깐한 한국 소비자는 SPA에서도 기능성과 품질을 선호한다”며 “이들 브랜드의 디자인이 한국 정서에 맞지 않고, 품질 불량이 자주 나오면서 소비자가 이탈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