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엔지니어링이 시장의 예상대로 1조20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한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대 3000억원을 한도로 일반 공모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7일 삼성엔지니어링은 이사회를 열고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1조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추진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이사회 결의에 앞서 이날 오전에는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발행 가능한 주식의 총수(수권주식수)를 기존 6000만주에서 3억주로 변경하는 정관변경안을 가결했다.
유상증자를 위한 신주발행 주식수는 1억5600만주, 예정발행가는 발행가 산정 기준과 할인율 15%를 적용해 7700원으로 책정됐다. 증자방식은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로 진행된다.
삼성엔지니어링의 대규모 유증 결정은 정해진 수순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엔지니어링은 올해 3분기 1조300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고 완전 자본잠식에 빠졌다. 2015년 사업보고서 제출 기한인 내년 3월까지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상장폐지 위기에 놓이게 된다.
이에 따라 삼성엔지니어링은 3500억원 규모의 강동구 소재 본사 사옥 매각과 함께 1조2000억원 규모의 유증을 추진해왔다.
시장의 예상대로 삼성엔지니어링이 대규모 유증을 결정하며 최대주주인 삼성SDI에 대한 재무 부담은 현실화 했다. 삼성SDI는 삼성엔지니어링 지분 13.1%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이번 유증 참여가 불가피하다.
앞서 지난 10월 삼성SDI는 케미칼 사업부문과 삼성정밀화학 보유지분을 2조8000억원 규모에 롯데케미칼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매각대금으로 삼성SDI는 약 1조원 가량의 현금을 보유하게 된다.
그동안 삼성SDI 투자자들은 매각 차익을 삼성엔지니어링 지분 확보에 사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감을 나타냈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SDI 투자자들은 삼성SDI가 삼성엔지니어링 유증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실권주 청약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SDI를 제외한 삼성계열사 중에는 삼성물산(지분율 7.81%)과 삼성화재(1.09%)가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을 각각 보유하고 있으며, 특수관계자의 지분을 합해도 22.03%에 불과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엔지니어링의 유증 과정에서 기존주주들의 미청약분이 발생할 경우 일반 공모에 참여키로 결정하면서 최대주주인 삼성SDI의 부담은 예상보다 줄어들 전망이다.
삼성그룹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회사가 겪게 될 어려움과 기존 주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최대 3000억원을 한도로 일반 공모에 청약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