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이재현 회장에게 징역 2년 6월의 실형을 선고한 서울고법 형사12부(재판장 이원형 부장판사)는 "재벌 총수라 하더라도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선처'가 이뤄졌던 기존 판결들과 상반된 양형이유를 밝혀 이목을 끌었다.
재판부는 "전세계적인 경기 부진 여파로 경제상황이 어려운 상황에서 이 회장이 하루 빨리 경영에 복귀하는 것이 경제적인 차원에서 바람직하다는 점을 충분히 감안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를 가벼이 고려한 것이 아니라, 다음과 같은 대의를 더 크게 고려할 수 밖에 없었다"며 "법 질서를 경시하고 개인의 이익을 위해 재산범죄를 저질렀다면 엄중히 처벌받게 된다는 점을 명확히 해 범죄 재발을 예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이 조세포탈과 횡령액 등을 원상회복한 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재판부는 "조세포탈이나 재산범죄에서 피해 회복은 양형상 중요한 요소지만, 대규모 자산을 보유한 기업가가 범행이 발각된 후에 행한 피해 회복 조치에 양형상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도덕적 해이를 조장한다"며 "이를 결정적인 양형요소로 삼기는 어렵다"고도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건전한 시장경제질서 확립을 통한 진정한 경제발전을 이뤄야 하며, 나아가 국민에게 공평한 사법체계를 추구해야 한다"는 말로 양형에 대한 설명을 마무리했다.
황규경 변호사는 "법원이 반성문을 쓴 기분이 든다"며 “그 동안 재벌 총수들이 경제 활성화에 기여한 점이나 건강이 악화돼 있는 점 등이 고려돼 선처되던 판결 논리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용기를 낸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 회장이 건강상태가 나빠 집행유예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많았는데 의외였다"며 "이번 판결을 다른 재판부에서도 고려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도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