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우증권 인수전에 성공하면 미래에셋은 국내 1위 증권사이자 ‘한국형 초대형IB’의 타이틀을 거머쥐어 아시아 글로벌 플레이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
2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전일 진행된 대우증권과 산은자산운용 매각 본입찰에서 미래에셋증권이 가장 높은 인수 가격을 제출해 사실상 우선협상자 선정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인수전에는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KB금융지주, 우리사주조합 등 총 네 곳의 인수 후보가 참여했다.
이 가운데 미래에셋증권은 이날 장부 가격 대비 30% 이상 높은 2조5000억원에 육박하는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일 대우증권 주가(1만1000원)보다 약 60%, 장부 가격(1조8400억원)보다 30% 이상 각각 높은 수준이다. KB금융지주와 한국투자증권도 2조원이 넘는 인수가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증권이 대우증권을 품에 안으면 명실공히 자기자본 8조원을 웃도는 한국형 초대형 IB로 발돋움한다. 박 회장은 창업 18년 만에 1위 증권사로 성장시키는 셈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내외의 잇단 인수합병(M&A) 딜들을 성사시킨 박 회장 특유의 승부사적 기질과 인수 대상에 대한 명확한 투자 판단 등이 이번 인수전에서 가장 유리한 위치를 차지한 배경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증시 전문가들도 박 회장의 과감한 베팅은 대우증권의 자기자본 활용 능력을 높게 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미래에셋이 대우증권 인수를 발판으로 아시아 등 글로벌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 9월 말 기준 대우증권의 자기자본은 4조4000억원 규모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A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오는 2016년 신NCR(영업용순자본비율) 적용에 따른 투자여력 확대와 기업금융 강화 등 우호적인 정부 정책도 자기자본이 상대적으로 큰 대우증권에 향후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며 “최근 주가 하락이 과도한 측면이 있지만 4분기부터 본격적 턴어라운드 기대감이 높고, 이를 미래에셋 입장에서도 눈여겨본 것 같다”고 진단했다.
금융투자업계 고위 관계자 역시 “박 회장이 평소 지향하던 ‘아시아 최고 IB’의 꿈을 대우증권 인수를 통해 실현할 수 있을지 업계 안팎에서도 기대가 높다”며 “실제 자기자본이 10조원이 돼야 해외에 나가서 아시아 플레이어들과 겨룰 수 있다”고 했다.
한편 대우증권의 새 주인이 사실상 미래에셋으로 굳어지면서 경쟁자였던 KB금융그룹과 한국투자증권은 허탈한 표정이다. KB금융그룹의 경우 이달 말 예정된 정기 인사에서 이번 인수전 불발에 따른 직간접적 영향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