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면세점 재허가를 두고 펼쳐진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한 신규 사업자들이 기쁨을 만끽하기도 전에 ‘명품 없는 면세점’이라는 낙인을 받게 생겼다. HDC신라면세점(현대산업개발·호텔신라 합작사)에 이어 한화갤러리아 면세점이 초라한 면세점을 오픈한 가운데, 이를 지켜보는 신세계와 두산 역시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신규 사업자와 명품업체 간 줄다리기가 이어지면서, 명품 브랜드들의 갑(甲)질 논란 또한 불거지고 있다.
28일 한화갤러리아의 ‘갤러리아면세점 63’이 문을 열었다. 앞서 24일에는 HDC신라면세점의 신라아이파크면세점이 오픈했다. 정식 개장에 앞서 일부 매장만 먼저 운영하는 ‘1차 개점’이지만, 명품다운 명품 브랜드는 찾아볼 수 없다.
신라아이파크면세점은 3~7층을 쓰기로 한 상황에서 아예 5층을 비워둔 채 오픈했고, 갤러리아면세점 63은 화장품을 제외하고 아예 명품 브랜드가 없어 ‘무늬만 면세점’이란 오명을 안고 있다.
이들은 내년 상반기에 명품을 들여와 그랜드 오픈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주요 브랜드와의 입점 계약을 아직 체결하지 못한 상태다. 설사 계약을 성사시켜도 이들이 말하는 내년 상반기 오픈은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글로벌 명품 브랜드는 국가별 매장 수를 제한하는 까닭에 국내 추가 입점이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 브랜드들이 요구하는 매장 인테리어 등 여러 조건들을 갖추는 데만 수개월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입점 계약이 성사되더라도 상반기 개장은 무리다.
업체의 한 관계자는 “명품 브랜드 입장에선 너무 많은 매장을 열 경우 가치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신규 매장 오픈을 꺼리고 있다”며 “그런 와중에 4개의 면세 사업자가 명품 브랜드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어 명품들의 콧대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명품 브랜드들은 특히 면세 사업자의 특허 기간을 5년으로 제한한 시한부 제도로 신규 점포에 대한 의지가 더더욱 없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내년 중반에 문을 열 신세계와 두산 역시 명품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신규사업자 중 그나마 명품 브랜드와의 협상력이 가장 우수한 호텔신라도 고전하고 있지 않느냐”며 “다른 사업자들은 호텔신라보다 상황이 더욱 좋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이어 “에르메스, 샤넬, 루이비통, 프라다 등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는 우리나라에 추가로 매장을 개설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안다”며 “지난 시내면세점 특허사업자 선정에서 탈락한 롯데월드타워점과 워커힐면세점 등 2곳에 있던 명품 매장을 유치하기 위해 4개의 신규 면세사업자들의 치열한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