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조시대에 양(梁) 무제(武帝)가 화공(畵工) 장승요(張僧繇)에게 금릉(金陵:南京) 안락사(安樂寺)의 단청을 그리게 했다. 장군과 태수 등을 역임한 장승요는 벼슬을 그만둔 뒤 그림만 그리고 있었다. 장승요가 붓을 들자 하늘로 솟아오르려는 용들의 모습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그런데 용에 눈이 없었다. 사람들이 이유를 묻자 장승요는 “눈을 그려 넣으면 용이 날아가 버린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눈을 그려 넣으라고 재촉했다. 장승요가 그 하나에 눈동자를 그려 넣자 갑자기 번개가 치고 우레가 울려 벽이 깨지면서 용 한 마리가 구름을 타고 올라갔다.[因點其一 須臾雷電破壁 一龍昇雲上天] 용이 날아간 자리는 빈 공간으로 남아 있었다. 이때부터 중요한 일의 마지막 마무리를 하는 것을 화룡점정이라고 말하게 됐다.
장승요는 동진(東晉)의 고개지(顧愷之), 송(宋)의 육탐미(陸探微)와 함께 ‘6조의 3대가’로 불리던 사람이다. 한족필기소설(漢族筆記小說) 감주집(紺珠集)에 수록된 수형기(水衡記)나 장언원(張彦遠)이 지은 회화사서(繪畵史書) ‘역대명화기’에 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날아간 용의 숫자가 서로 다른데, 어차피 만들어낸 이야기인데 숫자가 뭐 중요할까.
남북조시대(420~589)는 중국 대륙이 남북으로 분열돼 각기 왕조가 바뀌던 시기이다. 남조(南朝)는 동진에 이어 한족(漢族)이 세운 송 제(齊) 양(梁) 진(陳)으로 갈라지고, 북조는 선비족이 세운 북위(北魏)가 동위 서위로 분열됐다가 북제 북주로 이어진 뒤 수(隋)가 천하를 통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