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에 가입한 10개국의 역내 무역 자유화와 시장 통합 등을 통한 성장 가속화를 목표로 한 광역 경제협력의 틀인 ‘아세안 경제공동체(AEC)’가 31일(현지시간) 공식 출범한다.
역내 인구가 유럽연합(EU)을 능가하는 총 6억2000만명에 달하며 국내총생산(GDP)이 약 2조5000억 달러(약 2936조원)에 이르는 거대한 경제권이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게 됐다고 이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동서 냉전기인 1967년 지역 협력기구로 발족해 반공 연합 성격도 갖고 있던 아세안은 반세기를 지나 역내 통합에 이르는 큰 고비를 넘었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앞서 아세안 회원국 10개국 정상은 지난 11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AEC 출범을 위한 선언에 서명했다. AEC 탄생으로 기업들의 역내 투자도 활성화할 전망이다. 태국 소재 시암시멘트그룹(SCG)은 내년 1월 캄보디아 남부에 연간 100만t의 생산라인을 본격적으로 가동한다. SCG는 아세안 지역 시멘트 시장점유율 3위의 메이저 기업이다. 아세안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역내 직접투자는 사상 최대인 243억7700만 달러에 달했다. 이는 10년 전보다 7.4배 늘어난 수치다.
국경 장벽이 철거되면 아세안 전체를 단일 생산기지로 발돋움시킬 수 있는 역내 분업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지게 된다. 이미 일부 자동차 부품 생산을 태국에서 임금이 저렴한 캄보디아와 라오스로 옮기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일본 미쓰비시머티리얼은 올 초 에어컨 등에 쓰이는 온도 센서 새 공장을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낮은 라오스에 세웠다. 핵심 부품인 센서 소자를 태국에서 들여와 완제품으로 완성한다.
이런 움직임을 배경으로 AEC 역내에서는 교역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역내 무역액은 6083억 달러로, 10년간 2.3배 증가했다.
생산 거점은 물론 거대시장으로서의 잠재력에 중국도 인프라 건설에 협력하는 형태로 접근을 가속화하고 있다. 올해 베트남의 호치민과 캄보디아 프놈펜, 태국 방콕을 잇는 900km의 ‘남부경제회랑’이 중국 남부 쿤밍과 동남아를 연결하는 ‘국제간선도로’와 연결됐다. 이달 라오스에서 태국 방콕까지 종단하는 새 철도 기공식도 태국에서 열렸다. 이 철도도 라오스와 중국 남부를 잇는 철도와 연결될 예정이다. 중국이 새 철도 건설을 위한 거액의 자금과 기술을 제공한다.
아세안은 오는 2030년까지 3조3000억 달러의 인프라 투자가 필요한 것으로 추산돼 일본화물철도(JR화물)와 도요타통상 등 일본 기업도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고 신문은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