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중동 양대 강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극한 대립을 보이고 있습니다. 고향을 잃고 전 세계를 떠도는 시리아 난민들을 생각하면 이들이 ‘정말 제정신인가’라는 한탄이 절로 나옵니다. 가뜩이나 미국 기준금리 인상과 중국 경기둔화에 허덕이는 세계 경제도 두 나라가 불러 일으킨 갈등에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게 됐습니다.
사우디가 먼저 포문을 열었습니다. 새해가 오자마자 느닷없이 테러리스트들을 처형한다며 명망 있는 자국 시아파 지도자 4명까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게 한 것입니다. 이란은 또 어떻습니까. 분노한 시위대가 사우디 외교공관에 불을 질렀습니다. 급기야 사우디가 이란과 단교하고 나서 무역, 항공편까지 중단시켰습니다. 바레인과 수단이 사우디처럼 이란과 외교관계를 끊는 등 두 나라의 대립이 이슬람 종파 갈등으로 확전되는 양상입니다.
사우디는 이슬람의 성지 메카를 보유한 수니파 국가의 맹주입니다. 수니파는 이슬람 신자의 80%가 넘습니다. 시아파는 이슬람 신자 중 약 10%에 불과하지만 이란은 절대 다수가 시아파에 속합니다. 레바논과 시리아, 이라크 지배계층이 시아파이며 사우디 동부에도 이를 믿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슬람 양대 종파를 대표하기 때문에 두 나라는 역사적으로 라이벌 관계였습니다. 이번 갈등이 터지기 전에도 시리아와 예멘에서의 내전을 더욱 복잡하게 한 것이 양국의 대립이었습니다. 시리아에서 이란은 다수인 수니파를 억압했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지지하고 사우디는 반군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예멘에서는 시아파 반군인 후티를 이란이 후원하는 반면 사우디는 수니파 아랍 국가를 규합해 후티에 대한 공격에 나서고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 양국의 갈등이 한층 증폭된 셈이지요.
가뜩이나 온갖 만행을 자행하는 광신도인 이슬람국가(IS) 척결이 시급한 상황인데 종파간 갈등을 확산시키는 두 나라의 행보를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중동발 불안에 국제유가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세계 각국은 물론 사우디와 이란 경제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존 킬더프 어게인캐피털 설립 파트너는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사실상 끝이 났다”며 “올해 국제유가가 배럴당 18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지요. 당연히 석유에 의존하는 두 나라 경제가 혼란에 빠질 것은 분명합니다. 반대로 유가가 오르면 신흥국이 대부분인 석유 수입국들이 고통스러운 처지에 놓일 수도 있습니다.
또 새해에도 두 살 배기 난민이 그리스 인근 해안에서 배가 전복돼 숨지는 비극이 일어났습니다. 아무리 종교적 신념을 꺾을 수 없더라도 이런 비극이 재연되는 것은 막아야 하지 않을까요. 사우디와 이란이 자제하기를 거듭 촉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