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지표상으로는 좋아지고 있으나 미국인 주머니 사정은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완전 고용에 가까울 정도로 실업률이 떨어졌지만 주급이 제 때 나오지 않으면 막막한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미국인 가운데 63%는 갑자기 자동차가 고장 나거나 응급치료를 받아야 할 때 비상금(퇴직금이나 장기투자금 제외)이 없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우려했다.
뉴욕포스트는 6일(현지시간) 개인금융전문사이트인 뱅크레이트닷컴(Bankrate.com)이 1000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비상금으로 1000달러도 없다는 응답 비율이 지난해의 62%에 비해 1% 포인트 더 높아졌다고 보도했다. 지난 1년 동안 예기치 못한 비용 발생으로 어려움을 겪은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도 40%가 넘었다.
이 조사에서 소득과 교육 수준이 높은 성인의 비상금 확보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상금 부족을 겪고 있는 비율이 연봉 7만5000달러 이상인 가정의 경우 46%, 대졸 이상인 성인의 경우는 52%로 전체 응답비율에 비해 크게 낮았다.
갑작스레 예기치 못한 비용을 지출했을 경우 다른 지출을 줄여 충당하겠다는 응답자가 23%, 친척이나 친지로부터 빌리겠다는 응답자가 15%, 그리고 신용카드로 우선 해결하겠다는 응답자는 15%로 나타났다.
비상금을 모으기 위해 외식비를 줄이겠다는 응답자와 케이블방송 비용을 줄이겠다는 응답자가 각각 58%에 달했고 41%의 응답자는 스타벅스 같은 곳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을 줄이며, 39%의 응답자는 스마트폰 사용료를 줄이겠다고 했다.
이 같은 비상금 부족 상황은 지난 2014년 미국연방준비제도(Fed)가 성인 4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응답자의 57%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발발과 경기침체의 여파로 저축한 돈을 거의 다 써버린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인들의 비상금 부족은 학자금 융자, 병원 청구서 등 각종 빚을 갚는데 급급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 중산층 가정의 소득이 미국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70년의 62%에서 2015년에는 43%로 급락, 미국 일반 가계의 자금 사정이 상대적으로 더 나빠진 것으로 비영리 싱크탱크인 퓨연구센터(PRC)의 최근 조사에서 나타났다.
미국경제분석국(BEA)에 따르면 미국인들의 가처분 소득중 저축 비율은 2012년 12월 11%에서 2015년 8월에는 4.6%로 급락했다가 최근 들어 5.5% 수준으로 높아진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