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경제가 6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는 등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 연방통계국은 25일(현지시간) 자국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이 전년보다 3.7% 위축됐다고 발표했다. 러시아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 2009년 이후 처음이라고 이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문제를 둘러싼 서구권의 경제 제재가 이어진 가운데 저유가로 재정수입에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 러시아는 재정수입의 절반을 원유 수출로 충당하고 있다.
미국 달러화 강세에 따른 루블화 약세로 물가상승률이 연평균 10% 이상으로 높아지면서 개인 소비도 위축되고 있다. 지난달 러시아 소매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15.3% 줄어 20여 년 만에 가장 큰 감소폭을 보였다. 지난해 11월에도 소매판매는 13.1% 감소했다.
올해 전망도 어둡다. 국제유가가 지난주 13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한 가운데 루블화 가치가 가파르게 하락했다. 미국 달러화 대비 루블화 가치는 지난 21일 85.97루블로, 지난 2014년 12월 세웠던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러시아 정부는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를 0.7%로 종전보다 크게 하향 조정할 방침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은 1% 위축으로 러시아 경제가 지난해에 이어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경제 침체에 러시아 정부는 이번 주 자동차 산업과 주택, 철도 건설 등에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한 긴급 경제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그러나 저유가에 따른 세수 감소 제약을 감안하면 그 규모는 1000억 루블(약 1조5180억원)에 그칠 전망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저유가와 경제 제재 이외에 2000년대 들어 처음 10년간 러시아 발전을 이끌었던 경제성장 모델이 벽에 부딪힌 것이 마이너스 성장의 근본적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원유 수출에 따른 재정수입의 증가와 소비 열풍으로 러시아는 구소련 시대 생산시설을 재가동했다. 그러나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 하에서 부패가 커지면서 개혁이 실패하고 경제 제재가 장기화하면서 투자가 침체했다는 것이다.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면 새 생산설비에 투자해 생산성을 높여야 하는데 그럴 방법이 막혔다고 FT는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