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성공 신화도 막을 내릴 때가 온 것인가. 애플을 세계 최대의 시가총액 기업에 올려놔 준 아이폰 판매가 사실상 ‘제로(0)’ 성장에 그치면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애플은 26일(현지시간) 주식시장 마감 후 지난달 26일 끝난 2016 회계연도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9% 증가한 183억6100만 달러, 매출액은 1.7% 증가한 758억7200만 달러였다. 매출은 8개월 연속 증가했지만 그 증가율은 10분기 만의 최저 수준이었다. 최근 공들여온 중국 시장의 침체와 아이폰 판매 대수 침체가 애플의 급성장에 제동을 건 것이다.
지역별로는, 그동안 4개 분기 연속 70~112%의 성장률을 보이던 중국에서의 판매가 14% 늘어나는데 그쳤다. 최대 시장인 미국은 4.1% 감소했다. 루카 마에스트리 애플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중국 시장에 대해 “2016년 1~3분기 들어 경제 약화 조짐이 더 선명하다. 전례없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역시 “전세계에 퍼져 있는 경제적 난국”이라며 위기감을 표시했다. 그는 이날 실적 발표 후 전화 회의에서 분기 실적을 대략 발표한 후 “우리를 둘러싼 세계적인 난기류를 생각하면 특히 이번에는 위업을 달성한 것”이라고 자찬했다. 작년 9월 중국이 갑자기 위안화 평가 절하를 단행 이후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중국 경제가 경착륙 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확산됐다. 그럼에도 중국 시장에 대해 낙관만 하던 쿡 CEO가 이같은 우려를 나타낸 건 그만큼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제품별 판매량은 아이폰이 7477만9000대로 2007년 판매를 시작한 이후 가장 낮은 0.4% 증가율을 기록했다. 시장이 축소되고 있는 태블릿 아이패드는 24.7% 감소한 1612만2000대였다.
2014년 9월 화면 크기를 대폭 늘린 아이폰6 시리즈를 투입해 판매량 확대에 성공한 애플이지만 1년 만에 내놓은 아이폰6S 시리즈가 고전하면서 종전의 성공 신화는 이미 물 건너간 상태다.
애플은 그동안 공들여온 중국에서의 성장이 침체됨에 따라 전략 시장을 인도로 선회할 방침을 나타냈다. 중국 판매가 14% 늘어나는데 그친 것과 대조적으로 인도 시장에서 아이폰 판매는 무려 76% 증가하는 기염을 토했다.
쿡 CEO는 인도의 평균 연령이 27세로 젊다는 것을 지적하고 향후 인도에서의 매출이 더욱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소비자 브랜드에 인도 구매 층은 매우 매력적이며, 그들은 가장 우수한 제품을 요구하고 있다”고 인도에서의 활동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동안 애플은 세계 2위 시장인 중국 의존도를 높여왔으나 중국의 경기 둔화로 아이폰 판매가 정체되면서 방향 전환은 불가피해졌다. 마에스트리 CFO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홍콩을 중심으로 경제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하고 있음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쿡 CEO 역시 “이 기록적인 성과에도 불구하고 이달 들어 중화권 경제에 약세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홍콩에서 두드러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홍콩에 거점을 둔 IT 전문 컨설팅회사 카운터포인트 테크놀로지 마켓 리서치의 닐 샤 애널리스트는 “인도에서의 성장이 즉시 중국에서의 부진을 만회해해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분기당 스마트폰 출하량은 중국에서 1500만대였던 반면 인도는 45만대에 그쳤다. 또한 인도에서는 스마트폰의 70% 정도가 150달러 미만의 가격대로 애플의 고급 모델에 비해 현저하게 낮다. 샤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인도에서 애플의 점유율은 2%에도 못 미친다. 다만 인도에서는 휴대전화 4세대(4G)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으며, 소비자가 스마트폰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애플에게는 인도 시장이 유리한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인 캔타월드패널의 캐롤리나 밀라네시 애널리스트는 “그 배경에는 아이폰에 대한 애정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애플은 현재 인도에서 대리점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영업망 확충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인도 상공부 고위 관계자는 이달 초 애플이 인도에서 직영점을 개설하기 위해 신청을 했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