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이 할랄식품(이슬람교도들에게 허용된 식품)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18억 무슬림이라는 막대한 시장 규모와 높은 성장률, 다양한 제품군 등으로 자국 경제와 산업에 새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는 것이다.
시장이 매우 폭넓고 다양한 것도 할랄식품의 특징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오만 바레인 등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과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터키 등 전통적인 이슬람 국가는 물론 무슬림 인구가 늘어나는 유럽 각국도 할랄식품 수요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이슬람 국가만 할랄식품을 다룰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할랄식품이라는 인증을 받기만 하면 비(非)이슬람 국가도 수출 길이 열린다. 세계은행(WB)의 2009년 분석에 따르면 GCC 6개국에 가장 많은 할랄육류를 수출한 국가ㆍ지역 톱7이 전부 비이슬람권이었다. 브라질이 54%로 가장 비중이 컸고 인도(11%) 호주(9%) 유럽연합(EU, 7%) 뉴질랜드(4%) 미국(3%) 아르헨티나(1%) 순이었다.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도 글로벌 할랄식품 시장 공략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 농업부 산하 미국북동부ㆍ중서부 식품수출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4년 GCC 6개국으로의 미국산 농산물 수출은 전년보다 8% 늘어난 30억 달러(약 3조6075억원)로 사상 최대 기록을 세웠다. 미국은 초콜릿과 버터 스낵 감자튀김 치즈 등 식품과 식물성 기름, 식품 첨가물과 음료수 등 다양한 품목의 할랄식품을 수출한다.
중국은 글로벌 할랄식품 산업에서 아직 존재감이 약하다. 중국 내 이슬람 인구는 2600만명에 달하지만 전체 인구의 단 2%에 불과하며 대부분 신장과 닝샤 등 중국에서 가장 낙후된 북서부에 몰려 있다. 그러나 중국은 현대판 육상ㆍ해상 실크로드인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이를 통한 이슬람 국가들과의 할랄 무역 기회를 노리고 있다. 중국은 지난 2014년 할랄식품 인증기관인 ‘닝샤 할랄식품 인터내셔널 트레이딩 인증센터’를 세웠다. 또 무슬림이 많은 닝샤에 세워진 우중할랄산업단지는 218개의 기업을 유치했다.
중국에서 무슬림이 아닌 사람 중에서도 할랄식품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인터내셔널의 조이 황 중국 리서치 매니저는 “제조와 관련한 까다로운 규정 때문에 할랄식품은 건강하고 위생적이라는 인식이 있다”며 “특히 식품안전 스캔들이 자주 일어난 중국에서 할랄식품은 안전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메이저 육가공업체인 샤인웨이그룹은 지난 2009년 3억1000만 달러를 투자해 할랄육류 가공공장을 짓기도 했다. 네이멍구 소재 이리그룹은 중국 최대 할랄 유제품 업체다. 지난 2008년 이리그룹도 멜라민 분유 파동에 휩쓸리는 등 식품안전 스캔들로 곤욕을 치렀다. 그러나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이리그룹의 할랄우유 브랜드 ‘사티네’는 매출이 지난 2010년 145만 달러에서 2014년 4억2225만 달러로 급증했다.
동남아시아 국가도 할랄식품이 핵심 산업이다. 말레이시아 산업무역부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전체 수출에서 할랄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5%에 이른다. 또 2014년 12월 기준 할랄 인증을 받은 기업은 총 5415곳으로 전년의 4443곳에서 30.5% 증가했다. 태국 출라롱콩대학의 할랄과학센터는 “지난 2014년 태국이 57개 이슬람 국가에 총 50억 달러 이상의 제품을 수출해 세계 5위 할랄제품 수출국 지위에 올랐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