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민족시인’ 윤동주가 새삼 조명을 받고 있다. 기일 하루 뒤인 17일 영화 ‘동주’가 개봉됐으니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서점에도 그에 관한 책이 많이 나와 있다. 그는 1917년 12월 30일 추운 날 북간도에서 태어나 1945년 2월 16일, 생일보다 더 추운 날 일본 후쿠오카(福岡) 형무소에서 숨을 거두었다. 광복을 겨우 6개월 앞둔 시점이다.
영화는 생일이 석 달 이르고 죽음은 20일 늦은 고종사촌형 송몽규와 윤동주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왕의 남자’, ‘사도’를 연출한 이준익 감독은 전편을 흑백으로 촬영했다. 둘은 친구이자 라이벌로 설정돼 있지만, 굳이 라이벌이라고 할 이유는 없는 사촌형제였다.
윤동주 시집은 사후 3년 만인 1948년 해방공간에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라는 제목으로 출판됐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기를’로 시작되는 맨 앞의 시는 원래 ‘서시’라는 제목이 있었던 게 아니다. 시인 정지용(1902~1950)은 서문에 “무시무시한 고독 속에서 죽었고나! 29세가 되도록 시도 발표하여 본 적이 없이”라고 썼다. 그러나 정지용이 6·25 때 납북된 뒤 윤동주에 대한 그의 언급도 오랫동안 잊혔다.
윤동주는 한국인은 물론 일본인들도 사랑하는 순결한 시인이다. 올해 71주기에 맞춰 영화를 만든 것을 계기로 재확인할 것이 있다. 엉뚱한 시를 그의 이름으로 퍼뜨리는 일이 지양돼야 한다. 매년 가을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라는 시가 마치 그의 작품인 양 떠다닌다. 아니다. ‘그립다고 써보니 차라리 말을 말자/그냥 긴 세월이 지났노라고만 쓰자’라고 시작되는 ‘편지’도 그의 시가 아니다.
그의 시에 흐르는 가장 중요한 정서는 부끄러움이다. 그 부끄러움을 공유하는 게 윤동주 사랑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