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정치펀치] 양자택일이 아닌 양자택이

입력 2016-02-24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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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정동영 전 장관이 국민의당에 입당하면서 상당히 혼란스러워하는 국민들이 늘고 있다. 정동영 전 장관의 입당 직전에 국민의당에서 선대위원장직을 수락한 이상돈 교수의 말과 정 전 장관의 생각이 너무나도 다르기 때문이다. 우선 이상돈 선대 위원장이 가지고 있는 햇볕정책과 개성공단 폐쇄에 대한 입장은 이렇다. 이상돈 위원장은 17일 입당 기자회견에서 “개성공단 폐쇄에 동참해야 한다”라며 “역대 정부의 대북정책은 모두 실패했다.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국민의당이 원점에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정동영 전 장관의 입장은 180도 다르다. 정 전 장관은 “개성공단 폐쇄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안 대표와의 입당) 합의문 첫 항도 우리 사회의 불평등 해소, 개성공단 부활을 위해 조건 없이 협력한다는 것이었다. 안철수 대표와 함께 개성공단 부활의 선봉에 서겠다”고 말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안 대표의 입장이다. 정 전 장관은 안철수 대표의 생각도 자신의 생각과 별 차이가 없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안철수 대표의 입장은 과연 무엇일까?

안 대표는 18일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정부가 급작스럽게 개성공단 가동 중단 조치를 취한 것은 전략적으로도,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선택”이라며 “지금이라도 개성공단을 재가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문병호 의원도 가세했다. 당의 입장은 기본적으로 햇볕정책을 계승하는 것이고, 이 교수의 의견은 사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런 얘기를 종합해 보면 이 교수는 국민의당 입당 기자회견에서 사견을 말한 셈이고, 안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당 구성원 다수는 햇볕정책을 지지하고 개성공단 폐쇄에 반대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그럴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점이 생긴다. 국민의당은 애당초 중도적 기치를 들고 나오는 듯한 인상을 줬다. 김한길 의원과 안 대표의 이미지도 그랬고 함께 탈당한 대다수의 인사들도 그런 이미지를 가진 이들이었다. 그래서 국민의당이 야권 분열을 가져오는 존재가 아니라, 오히려 야권의 파이를 키울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았다. 기존의 야권 표를 갈라 먹는 정당이라기보다는 중도를 표방해 기존의 새누리당 표를 가져올 수 있는 정당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진보와 중도 그리고 보수를 가르는 중요한 기준은 바로 북한 문제다. 북한 문제에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일반 국민들은 진보와 중도 그리고 보수를 구분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경제를 기준으로 보수와 중도, 진보를 구분하는 것은 너무 복잡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북한을 기준으로 현재 국민의당을 판단할 때는 분명 중도가 아니라 진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이 교수가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라고 주장해도 당에서조차 사견이라고 몰아붙이는 상황에서는 분명 ‘진보’로 보일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이 교수의 영입 목적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이 교수의 영입이 나름 자신들의 지지세력 확장을 위한 것이었다면, 이것이 수포로 돌아갈 상황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국민의당은 지금 호남을 선택하고 중도를 포기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정당의 입장에서 지역 기반은 중요하다. 하지만 지역 기반을 위해 다른 것을 포기하는 것도 합리적 선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치란 ‘양자택일’의 과정이 아니라 묘수를 내서라도 양자택일의 과정을 ‘양자택이’로 만드는 과정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을 가능하게 만들지 여부가 국민의당 구성원들의 정치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줄 시험대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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