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서류를 변조한 후 압류차량 등 중고차 455대를 불법 수출한 일당이 잡히면서 수출신고제도의 허점이 드러났다.
일각에서는 관세사, 세관, 포워딩 업체, 선사 등을 거치는 복잡한 수출 과정에서 불법 수출을 잡아내려면 세관 검사를 강화하는 한편 신고서류를 면밀히 대조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25일 관세청에 따르면 수출 중고차 가운데 70%가량은 차량운반 전용선박에, 나머지 30%는 컨테이너에 넣어 선적하는 두 가지 방식으로 수출된다.
이들 일당은 중고차 수출 물량이 매년 10만∼20만대에 달해 컨테이너에 차량을 넣어 수출할 경우 세관이 모든 컨테이너를 열어 검사할 수 없는 점을 악용했다.
실제로 세관이 컨테이너 차량을 직접 열어 수출신고서류와 대조하는 검사 비율은 2.5%에 불과하다.
뿐만 아니다. 이들이 세관에서 발급받은 수출신고서류를 위조해 차량을 컨테이너에 넣는 포워딩업체와 선적 업무를 맡는 선박회사에 차례로 넘겼지만 아무도 이를 알아채지 못했다.
수출업자들은 우선 말소등록된 정상 차량을 사들여 세관에 수출신고하고서 신고서류를 받았다. 이후 도난·압류·근저당설정 등으로 말소등록이 되지 않아 정상거래가 어려운 중고차를 시세의 40∼50%에 사들이고, 선박회사에 낼 서류에는 문제 차량의 차대번호를 적어 위조하는 방식으로 범행했다.
선박회사도 중고차를 넘겨받아 선적하기 전 수출 차량에 문제가 있는지 확인할 의무가 있지만 이미 차대번호가 위조된 서류를 보고 감쪽같이 속았다.
관세청 관계자는 "선박회사는 보통 봉인된 컨테이너에 적힌 차대번호를 서류로만 대조·확인하기 때문에 불법 차량을 적발하기가 어렵다"며 "세관에서 발급한 수출신고서류가 선사로 넘어가는 전산 시스템도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렇게 넘어간 문제 차량들은 주로 리비아(38%)와 요르단(33%) 등 중동지역과 필리핀(12%) 등지로 모두 밀수출됐다.
관세청은 중고차 수출에 대한 검사 절차를 강화하고 손해보험협회, 여신금융협회, 전국렌터카사업조합연합회 등 관련 단체에 범죄유형을 통보했다.
앞서 관세청과 인천지방경찰청은 통관 업무를 맡은 A(47)씨 등 7명을 자동차 밀수출 혐의(관세법 위반 등)로 구속하고 B(42)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도주한 C(44)씨 등 2명은 지명수배하고 인터폴과 함께 행방을 쫓고 있다.
이들은 2014년 3월부터 지난해 9월 사이 중고차 455대를 컨테이너에 실어 선박편으로 해외에 팔아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밀수출한 차량 가격은 총 127억원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