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학중의 가족이야기] 결혼의 주인공은 자녀다

입력 2016-03-03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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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녀석이 결혼을 하고 싶은 모양이다. 누나가 사는 집을 가본 뒤 매형이 부러웠던 것일까? 딸아이가 1년 반 가까이 사귀던 사람과 서른넷에 결혼하기까지 아내와 남모르는 속을 끓였었다. 이십대 후반부터 많은 사람을 만났지만 좀처럼 짝을 찾지 못했다. 결혼을 안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부모가 소개해 주는 사람을 만나지 않겠다는 것도 아니었는데…. 그런데 때가 되니 짝을 찾아 결혼을 하고 잘 살고 있으니 감사하고 또 감사할 뿐이다.

요즘 초혼 연령이 꽤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30대 중후반, 40대를 넘기고 오십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결혼을 못한 딸과 아들 때문에 고민하는 부모가 많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원하는 배우자상, 자신과 잘 맞는 배우자감에 대해 자녀들과 깊이 있는 대화를 먼저 나눠볼 일이다.

조건만 보고 결혼 상대자를 고르는 젊은이나 부모도 있다. 하지만 그 조건이라는 것이 끊임없이 변하기 마련이어서 조건만 보고 감행한 결혼이 불행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그런가 하면 자신의 체면을 생각하고 욕심이나 허영에 눈이 멀어 자녀의 결혼생활을 불행으로 내모는 부모도 있다. 사랑만 먹고사는 것이 아니니 현실적인 조건도 봐야겠지만 무엇보다 사람 됨됨이와 가치관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상형이 아니라 자신과 잘 맞는 사람과 결혼할 수 있도록 쓴소리도 해 주어야 한다.

연애를 통해 배우자를 선택하는 것이 요즈음의 풍토이긴 하지만 부모가 소개해 주는 사람과 결혼하는 것도 훌륭한 방법이다. 상대방의 부모나 집안을 알고 연애를 통해 결국 내가 선택하는 배우자인 셈이니 양가 가족 때문에 빚어지는 갈등과 불화를 줄일 수 있다. 그리고 아주 잘못된 만남을 피할 수 있다.

단, 부모는 다리만 놓고 모든 결정을 자녀들에게 맡기는 것이 좋다. 그리고 한 살 두 살 나이 들어가는 자식 앞에서 지나치게 조급해하거나 닦달하면서 결혼 문제로 부모 자식 간의 관계가 악화되는 일은 막아야 한다.

결정하지 못하고 고민하는 자녀가 있다면 이 사람과 결혼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로 고민하지 말고 한 번 더 만나볼 것인지 아닌지만 결정하라고 조언해 주자. 만남이 계속되어야 결혼이라는 관문을 통과할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그 어떤 문제도 일으키지 않을 사람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음을 가르쳐 주자. 결혼을 하고 난 뒤 문제가 생기면 서로 머리를 맞대고 지혜롭게 풀어나가면 되는 것이다.

설사 부모 마음에 안 드는 상대를 데리고 와도 내 마음에 드는 사람을 고르는 일이 아님을 잊지 말자. 그리고 부모가 무엇을 걱정하는지 무엇을 소망하는지 얘기해 주면서 최소한 잘못된 만남을 피할 수 있도록 설득하자. 그래도 고집을 부리면 무조건 반대할 일이 아니라 시간을 두고 냉각기를 가질 필요가 있다. 그래도 끝까지 결혼하겠다고 한다면 그때는 태도를 바꾸어 진심으로 축하해 주고 지지해 주는 성숙함을 발휘해야 한다.

결혼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 언제, 누구와 결혼할 것인지, 결혼식은 어떻게 할 것인지, 최종 결정권은 자녀에게 주는 것이 옳다. 결정은 자기 맘대로 하면서 경제적 지원만 바라는 자녀가 있다면 결혼은 부모에게도 중요한 일임을 설명해 주고 지원을 제한할 수도 있다. 단, 그것이 감정적 대응이나 흥정이 되어서는 안 된다. 부모의 확고한 방침을 알려 주고 자신의 결정에 대한 책임도 자녀가 지게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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