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배당성향이 낮은 기업들을 이른바 ‘저(低)배당 블랙리스트’에 올려 중점 관리하기로 했다. 앞으로 1년 동안 국민연금 측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내년 4월께 이들을 중점 관리기업으로 지정, 외부에 공개하는 등 직접 행동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로 합리적 배당을 유도하겠다는 속내다.
7일 국민연금 관계자는 “배당성향(순이익 중 배당금 비중), 자기자본이익률(ROE), 부채비율, 업황, 업종별 평균 배당 수준, 설비투자 비중 등을 검토해 배당금이 낮은 기업을 중점 관리기업으로 지정할 예정”이라며 “기업들의 주총시즌이 끝나는 이달 말 이후 배당성향을 분석해 이르면 4월께 합리적이고 예측 가능한 배당정책을 마련하지 않은 기업들을 가려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3월 잇달아 열리는 정기주총 때 배당 관련 결정을 지켜봐야 하는 만큼 최종적인 리스트 작성·통보 시기는 다음 달로 예상된다.
우선 지난해 주총에서 국민연금이 배당과 관련해 반대의결권을 행사한 17곳이 우선적인 대상 후보군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이 지난해 ‘과소 배당’을 이유로 정기주총에서 재무제표 승인 안건에 반대 의견을 표한 기업은 현대모비스ㆍ현대그린푸드ㆍ롯데푸드ㆍ광주신세계ㆍ넥센ㆍ한미사이언스ㆍCJ E&Mㆍ조선선재ㆍ코라오홀딩스ㆍ바이로메드ㆍ컴투스ㆍ데브시스터즈ㆍ파이오링크ㆍ씨젠ㆍ태광ㆍ신흥기계ㆍ한국알콜산업 등이다.
이처럼 국민연금이 기업 배당 확대에 적극 나서는 것은 국내 기업의 배당 수준이 선진국은 물론 신흥국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민연금이 지분율 5% 이상 가진 기업은 시점에 따라 달라지긴 하지만, 대략 260~270곳에 이른다. 이 중 2015년 말 기준으로 지분 10% 이상 보유인 상장사는 79개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2014년과 지난해 배당을 결정한 기업은 총 72곳이다. 한솔홀딩스·원익머트리얼즈·에스엠·한화테크윈·팜스코·LG생명과학·태영건설 등은 2012~2013년부터 결산배당을 하지 않았다.
배당을 결정한 72개 기업 중 배당성향이 가장 낮은 곳은 한솔로지스틱스로 0.6%를 기록했다. 한솔로지스틱스는 지난해 결산배당으로 주당 2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2015년 순이익은 562억3000만원이었고, 배당금 총액은 3억2900만원이다.
이어 한진칼이 1.3%로 두 번째로 낮았다. 신세계(2.8%), 한국단자공업(5.4%·2014년 기준), 현대그린푸드(5.7%), 롯데푸드(5.7%·2014년 기준) 등이 뒤를 이었다. 한국콜마홀딩스(5.9%·2014년 기준), 영원무역(6.2%·2014년 기준), 네이버(6.2%), 다우기술(6.6%·2014년 기준), BNK금융지주(7.2%), SK케미칼(7.6%), 롯데하이마트(8.1%·2014년 기준), LG이노텍(8.7%), 현대위아(9.0%), 한섬(9.0%) 등의 배당성향도 모두 10%에 못 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