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중국의 수출이 2009년 5월 이후 최대폭으로 침체되면서 글로벌 시장에 또 차이나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중국 해관총서가 8일 발표한 2월 무역 통계에 따르면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25.4% 감소한 1262억 달러로 2009년 5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주저앉았고, 수입은 13.8% 감소한 936억 달러로 1년 4개월 연속 전년 수준에 못미쳤다. 2월 수출은 주요 무역 상대국 실적이 전부 전년 수준을 밑돌았다.
앞서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시장 예상치의 중앙값은 수출이 14.5% 감소, 수입은 12% 감소였다. 통신은 예상보다 수출이 부진했던 것은 낮은 위안화 가치가 수출 수요를 끌어올리는 데 실패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감소율이 20%를 넘은 건 미국 브라질 캐나다 독일 프랑스 홍콩 일본 동남아시아 국가 연합(ASEAN) 등 거의 모든 주요국이 해당됐다.
대외 무역을 통한 성장 엔진이 힘을 잃은 가운데 지속적인 성장을 목표로 내세운 중국 정책 당국의 과제가 부각되는 모습이다. 중국 지도부가 지난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국회에 해당)에서 내건 올해 성장률 목표(6.5~7 %) 달성이 더욱 어려워지게 됐다.
이는 중국의 경기 침체가 계속돼 제조업의 어려움이 더 심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은 올해 경제 구조 개혁의 일환으로 과잉 생산 설비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많은 실업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외수 침체가 더 심각해지면 도산하는 제조업체가 잇따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중국의 수출이 큰 폭으로 침체되면서 8일 아시아 금융시장은 또 차이나 공포에 휩싸였다. 올해초 글로벌 증시를 뒤흔들다가 최근 진정 국면에 접어든 듯 했던 중국 증시는 이날 6거래일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중국 증시의 상하이종합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14% 상승한 2901.39로 마감했다. 전날까지 5일 연속 7.8% 올랐던 지수는 이날은 오전 한때 하락폭이 3%를 넘어섰다. 중국 국부펀드가 증시 부양을 축소하고 있다는 관측도 있었지만 주원인은 역시 수출 쇼크였다. 지수는 이날 내내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고, 장 마감 직전까지 하락세를 보이다 막판에 가까스로 소폭 반등에 성공했다.
일본 증시는 중국 수출 침체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심리로 엔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수출주의 주도로 전날의 하락세를 이어갔다. 닛케이225지수는 전날보다 128.17포인트(0.76%) 하락한 1만6783.15로 심리적 지지선인 1만7000선이 무너졌다.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 값은 달러당 한때 112엔대 후반까지 올랐다. 한국 코스피지수도 11.75포인트(0.60%) 빠진 1946.12에 거래를 마쳤다.
미쓰이스미토모 신탁은행 시장 금융 사업부의 호소카와 요스케 환율 영업팀장은 “시장이 리스크 감수 심리에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며 “중국의 무역 통계 여파로 엔이 달러에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무라 증권의 이와타 요시야 주식 시장 전략가는 “춘제(구정)의 영향을 감안하더라도 수출은 예상보다 놀라울만큼 나빴다”면서 “세계 경제 전체의 침체를 재인식하는 의미가 크다”고 지적했다.
프레드릭 뉴먼 HSBC홀딩스 아시아 경제 리서치 공동 대표는 “수출이 2월에 다시 급감한 것은 글로벌 수요 침체를 나타내는 것”이라며 “춘제로 인한 통계왜곡을 이유로 들긴 쉽지만 수치로 나타난 것보다 더 불안이 깊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중국 정부는 이번 전인대에서 수출입과 관련해 특정 목표를 제시하지 않았다. 이는 글로벌 경제가 불확실한 가운데 시장의 불안이 확대되는 것을 우려한 조치라고 블룸버그는 풀이했다.
마이클 에브리 라보뱅크그룹 금융시장 리서치 대표는 “중국은 통화와 재정 측면에서 더 많은 경기부양책이 필요해질 것”이라며 “중국이 갈구하는 위안화 가치 안정에 대해서도 논란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