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역풍에 아시아 기업들의 성장세도 꺾였다. 전 세계 시장에서 적지않은 존재감을 과시해온 아시아 기업들의 순이익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7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은 아시아 주요 상장사 252곳을 선정해 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의 2015년도 순이익이 전년보다 7% 감소했을 것으로 추산됐다고 전했다. 아시아 기업의 순익이 줄어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지난 2008년 이후 7년 만이다. 중국의 경기 둔화 여파가 현지 기업은 물론 대만과 동남아시아 기업들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세계에서 아시아 기업들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는 만큼 실적 부진으로 투자와 고용이 둔화하면 세계 경제에도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아시아 기업들은 중국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금융위기 이후 침체에서 빠르게 회복했고, 그 이후에도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왔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경기 둔화가 아시아 기업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게 된 것이다.
전체 순익의 약 60%를 차지하는 중국과 홍콩 주요 기업의 순익은 지난해 9% 줄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 역시 7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대형 국영기업의 실적 악화가 뚜렷했다. 특히 국제유가 하락과 자국 수요 감소에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와 페트로차이나의 순익은 전년보다 60~70% 급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경기둔화 역풍에 공상은행과 중국은행(BOC) 등 대형 은행들의 순익도 줄었다.
동남아에서는 태국이 20% 이상, 말레이시아가 약 10%, 인도네시아가 4% 각각 순익이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저유가에 태국석유공사(PTT)는 순익이 무려 70% 급감했다.
에너지와 원자재 관련 기업은 물론 IT 기업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이 정체되면서 중국 레노버그룹은 적자를 기록했을 것으로 전망되며, 대만 최대 스마트폰업체 HTC 실적도 부진했다. 한국 기업은 전체적으로 순익이 늘어났을 것으로 추산되지만 시가총액 기준 한국 1위인 삼성전자는 20% 이상의 순익이 감소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중산층 확대 등으로 개인 소비가 늘어난 인도와 필리핀은 지난해 기업 순익이 각각 12%, 8% 늘었을 것으로 추정됐다. 인도는 마루티스즈키와 히어로모터 등 자동차와 오토바이 관련 업체가 호조를 보인 한편, 필리핀은 부동산업체 SM프라임홀딩스 등 내수형 기업이 실적 호조를 보였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올해 아시아 기업 실적 전망도 어둡다. 미즈호종합연구소의 이토 신고 아시아 조사실장은 “철강 등 중후장대산업과 하이테크 분야에서 중국의 공급과잉 뿌리가 깊어 아시아 기업 사업환경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중국(홍콩 포함)과 한국 대만 인도 동남아시아 6개국 등 총 10개국 상장기업 중에서 시가총액과 성장 가능성 등을 기준으로 331개사를 선정하고 그 중 장기 비교가 가능한 252개사를 추려 실적을 분석해 이뤄졌다. 252개사의 순익은 지난해 총 4200억 달러(약 508조원)로, 일본 주요 상장사의 2배가 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