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좀비 영화에서만 볼 수 있는 장면이 아니다. 이 같은 모습은 산업 환경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영업 활동을 통해 번 돈으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하면서 빚으로 연명하는 한계기업을 좀비기업이라 부른다. 좀비기업은 이미 죽은 기업이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기적’ 같은 금융지원 덕에 겨우 살아나 일반 기업의 영업환경까지 좀 먹는다.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외부감사 대상인 2만7995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만성적 한계기업’ 비중은 2014년 10.6%로, 10곳 중 1곳 수준이다.
이 같은 사안의 중요성을 인식한 금융위원회는 9일 브리핑을 열고 고강도 기업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대기업 신용위험평가 기준에 완전자본잠식, 취약업종 등을 추가하는 등 평가 대상을 확대하고 평가 방식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 같은 외침은 처음이 아니다. 금융당국은 매년 ‘예년보다 강화된 기업 구조조정’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도 금융당국은 대기업 신용위험평가를 추가로 진행하면서 취약업종 기업과 워치리스트 기업까지 평가 대상을 확대한 바 있다.
그로부터 4개월이 지난 지금, 기업 구조조정 환경은 크게 변한 게 없다. 구조조정 대상 기업으로 선정된 19개 기업 중 구조조정에 돌입한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다.
좀비기업은 여전히 창궐하고 있고, 은행권 부실채권 비율은 계속해서 높아져 채권단의 부실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단순히 평가 대상을 확대하고, 평가 기준을 강화하는 건 극약 처방이 될 수 없다.
좀비를 처단하기 위해서는 빠른 결단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올해에는 좀비기업에 주저 없이 칼을 휘두르고 총의 방아쇠를 당기는, 예년과는 달라진 금융당국과 채권단의 모습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