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통업계가 올해 본격적으로 해외로 눈을 돌린다. 국내 시장이 포화 상태로 더 이상의 성장을 기대할 수 없고, 출혈 경쟁으로 수익을 낼 수 없는 상황에서 불황의 돌파구는 해외 시장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마트와 아모레퍼시픽 등 유통업종 대표 기업들이 올해를 수출 사업의 원년으로 삼고, 본격적으로 수출 확대에 나서면서 이 같은 움직임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백화점·대형마트·슈퍼마켓·편의점 등 6개 소매업권의 판매액은 약 276조9153억원으로 2014년(267조7665억원)보다 3.4%(9조1489억원) 증가했다. 이들 업권의 소매 판매액 증가율은 2012년 4%대에 달했지만, 2013년부터 꺾이기 시작해 소비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국내 유통산업을 이끌어가고 있는 대표 업종인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저성장의 늪에 빠졌다. 성장이 정체되고 있는 백화점은 2014년에 이어 2년째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작년 백화점 업계의 매출은 전년보다 0.4% 감소한 29조2023억원 규모였다. 백화점의 매출 증가율은 2011년 11.4%에서 2012년 5.4%, 2013년 2.6%로 계속 둔화하다가 2014년 10년 만에 역신장(-1.6%)을 나타냈다. 대형마트 업계도 백화점과 더불어 메르스와 소비 침체 등의 악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체 매출은 48조6355억원으로 전년 47조4969억원보다 고작 2.4% 늘어났다.
대형마트업계 1위 이마트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올해 미국 시장에 첫발을 내딛는다. 자체 브랜드 수출을 통해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선 이마트는 올해 이 시장에서만 수출 100만 달러를 목표로 잡았다.
식품·화장품 등 업계도 소비 위축, 저출산 등의 영향으로 깊은 침체를 겪고 있기 때문에 일찌감치 중국 시장 공략에 집중했고, 관련 기업들의 중국 수출 실적이 급증하고 있다. 올해는 수출 다변화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미 대다수 식품업체들은 세계 식품 시장의 16%를 차지하는 할랄(Halal)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할랄 인증을 받고 있는 기업들이 증가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등 화장품 기업들도 대만·싱가포르·말레이시아·태국 등 동남아 국가와 미국까지 판로를 넓혀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