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의 2파전 양상으로 흘러가던 현대증권 인수전에 미래에셋증권이 새롭게 가세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인수전 구도가 복잡해질 전망이다. 아울러 인수가격을 둘러싼 눈치싸움도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21일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이 회사는 이번 현대증권 매각 입찰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사모펀드(PEF) 운용사 LK투자파트너스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현대증권 인수전 참여를 저울질하고 있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사모펀드로부터 전략적 투자자로 현대증권 입찰 컨소시엄에 참여할지 묻는 투자의향서를 받았고, 관계부서에서 이를 검토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당장 이번 인수전의 유력주자로 꼽히던 한국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의 계산이 복잡해졌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12월 KDB대우증권 인수전에서 미래에셋증권의 과감한 배팅에 고배를 마신 두 회사가 이번에 ‘설욕전’을 가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KB금융은 비(非)은행부문 강화를 위해, 한국금융은 보다 안정적으로 덩치를 키우기 위해 각각 인수의지를 불태웠다.
인수 희망자가 늘면서 현대증권 매각가격에도 자연스럽게 오를 수 있다. 이번에 매각하는 현대증권 지분은 현대상선이 보유한 22.43%와 기타 주주들이 가진 0.13%를 포함해 총 22.56%다. 이 지분의 시장 가치는 약 3400억원(18일 종가 6076원 기준)으로 추산된다. 업계에서는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더하면 6000억~8000억원이 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현대증권 매각가격을 키울만한 변수로 먼저 생각해볼 수 있는 부분은 박 회장의 ‘승부사 기질’이다. 박 회장은 앞서 대우증권 인수전 당시 산업은행이 보유한 지분 43%을 인수하면서 주가순자산비율(PBR)의 1.28배인 2조3853억원을 써냈다. 이는 시장 예상금액을 2000억원 가량 웃도는 금액으로 경쟁자들이 써낸 희망가격을 크게 앞지른 배팅이었다.
현대증권이 증권업계 ‘마지막 대어(大漁)’라는 점도 한층 부각된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한국금융지주와 KB금융 모두 한 단계 도약을 위해서는 현대증권과 같은 대형 증권사 인수가 필요한 곳”이라며 “최근 대우증권 인수전에서 가격 요인으로 인해 실패한 경험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인수 의지에 따라서는 인수가가 더욱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