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내부자로부터 '우리 회사 주식을 가지고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주식을 처분한 것은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주식거래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7부(재판장 이진만 수석부장판사)는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 A씨 등 4명이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낸 징계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7일 밝혔다.
재판부는 단순히 주식을 가지고 있는 지 여부를 묻는 것은 긍정적, 부정적 양쪽으로 모두 해석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사라'가 아니라 '팔아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설령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암시를 줬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만으로 미공개 정보 활용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A씨의 회사가 운영한 펀드는 지인으로부터 받은 카카오톡 문자메시지 덕분에 8억여원의 손실을 피했다. 2013년 6월 평소 알고 지내던 G게임업체 재무실장이 'G사 주식을 가지고 있어?'라는 메시지를 A씨에게 보낸 것이다.
A씨는 마침 1주일 전 정례회의에서 G사 주식을 전량 처분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하고 자신이 운용하는 펀드가 보유한 G사 지분을 매도한 참이었다. A씨가 '없다'고 답변하자 문자를 보낸 상대방은 알았다고만 답하고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이상한 낌새를 느낀 A씨는 주위 동료 펀드매니저들에게 내용을 말하고 주식 처분을 권했다. 이 권유로 한 동료는 곧바로 가격하한선을 지정하지 않은 채 G사 주식을 팔라고 트레이더에게 지시했고, 다른 동료 2명도 다음날 오전 주식을 전량 매도했다. A씨가 속한 H사가 이틀 동안 팔아치운 주식은 3만1781주에 달했다.
대량 매도가 끝난 뒤 G사는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97만여 주를 유상증자한다고 공시했다. G사 주주들은 큰 손실을 피할 수 없었지만, A씨 회사가 운영한 펀드들은 이미 주식을 처분한 덕에 손실을 피했다.
A씨 회사의 주식 처분을 의심한 금융감독원은 휴대전화 내역을 조사했고, 펀드매니저들이 G사 재무실장으로부터 미공개 정보를 전달받아 거래를 했다고 결론지었다. 금감원은 회사를 통해 주식을 미리 처분한 직원들의 징계를 요구했고, A씨와 동료 2명은 정직 3개월, 펀드매니저 1명은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받게 됐다. A씨 등은 구체적 정황 언급이 없는 문자메시지를 미공개 정보로 단정지은 것은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