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위안화와의 관련성이 커지면서 아시아 각국 통화가 ‘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 원화와 말레이시아 링깃화 등 아시아 통화는 미국 달러화에 대해 최근 한 달간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위안화가 장기적으로 약세를 나타낼 것이라는 전망이 여전히 강해 아시아 통화의 랠리가 곧 꺾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27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많은 아시아 통화 가치가 지난 2월 말 이후 강한 상승세를 기록했다. 중국 수요가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 속에 원자재 가격이 반등하면서 아시아 통화도 이에 보조를 맞춘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지난 15~16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올해 기준금리 인상 전망을 종전 네 차례에서 두 차례로 하향 조정하면서 달러화 약세를 유발한 것도 아시아 통화 강세에 힘을 보탰다.
미국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는 최근 1개월간 0.5% 올랐다. 이에 중국이 가장 큰 무역파트너인 아시아 각국 통화 가치도 동반 상승했다. 같은 기간 원화 가치가 5.9%, 링깃화는 4.1%, 대만 달러화가 2.3% 각각 올랐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반전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시아 주요 중앙은행들이 자국 통화 랠리를 기회로 삼아 경기부양을 위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기 때문. 대만 중앙은행은 지난 24일 기준금리를 1.5%로 종전보다 0.125%포인트 인하했다. 이달 초 인도네시아와 뉴질랜드도 금리를 낮췄다. 한국도 앞으로 수주 안에 금리인하가 예상된다고 WSJ는 전했다.
게다가 연준 주요 인사들이 지난주 “4월 금리인상도 가능하다” 등 ‘매파’적인 발언을 쏟아내면서 아시아 통화 가치 상승세가 주춤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위안화가 아시아 통화의 향방을 좌우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또 중국은 여전히 경기둔화가 지속하고 있어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면서 위안화 가치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인민은행은 지난달 29일 전격적으로 시중은행 지급준비율(지준율)을 낮췄다.
가스 탈자드 슈로더투자관리 아시아 멀티자산상품 대표는 “우리는 아직 신흥국 자산에 복귀하는 것에 끌리지 않고 있다”며 “연준이 금리인상 관측을 후퇴시켰지만 여전히 달러화 표시 자산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시아 통화 중에서는 미국 달러화에 가치가 연동되는 홍콩 달러화를 선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켄 후 인베스코 아시아·태평양 채권 담당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연준보다 중국 경제성장 전망이 아시아 채권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아시아에서 인민은행의 행동을 이해하는 것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 최대 펀드매니저업체 중 하나인 퍼시픽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핌코)는 지난 24일 보고서에서 “위안화 가치가 달러화에 대해 앞으로 1년간 7%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도이체방크의 리난 류 투자전략가는 “중국의 금리인하, 연준의 올 하반기 금리인상 재개 등으로 위안화 가치가 최대 10% 떨어질 수 있다”며 “달러·위안 환율이 7.00위안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재 달러·위안 환율은 6.50위안대에 움직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