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샤프가 자사 인수를 추진하는 대만 혼하이정밀에 뒤통수를 맞게 될 처지에 놓였다. 혼하이가 샤프 인수 규모를 최소 2450억 엔(약 2조5000억원) 이상 깎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29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혼하이는 중국에서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위탁생산하는 폭스콘의 모회사로 당초 샤프 신주 66%를 4890억 엔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소식통에 따르면 혼하이는 이를 3890억 엔으로 종전보다 1000억 엔 낮추려 하고 있다.
또 혼하이는 샤프 주거래 은행인 미즈호은행과 미쓰비스도쿄UFJ은행 등이 보유한 샤프 우선주 2000억 엔어치도 사들이겠다고 약속했으나 매입 시기를 약 3년 늦췄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당초 혼하이는 우선주 1000억 엔 인수를 제안했다가 은행들이 반발하자 대신 시기를 연기하겠다고 한 셈이다.
소식통은 혼하이가 인수 이외 자사와 샤프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사카이디스플레이제품(SPD)에 450억 엔을 투자하기로 했지만 이를 취소했다고 전했다.
혼하이가 인수가를 깎으면서 생기는 자금공백과 관련해 주거래 은행 2곳은 샤프에 3000억 엔 규모의 신용공여한도를 설정할 예정이다. 또 샤프가 은행에 빚진 5000억 엔에 대해서 혼하이가 요구했던 금리인하나 상환 시기 연장 등에 대해서는 논의를 계속할 예정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양사는 새로운 인수안에 대해 이르면 다음 달 2일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다른 소식통은 샤프 최고경영자(CEO)인 다카하시 고조 등 일부 경영진은 오는 6월 주주총회에서 물러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샤프는 전날 디스플레이 사업의 구조조정을 담당했던 오니시 테츠오가 31일 사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혼하이는 지난달 말 샤프를 인수하기로 합의하고 나서 수백명의 직원을 보내 IT 인프라에서 재고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정밀히 조사하고 나서 드러난 문제점으로 샤프 주거래 은행들에 새 인수조건을 설득했다고 WSJ는 전했다.
샤프는 이달 마감하는 이번 회계연도에 2000억 엔의 순손실을 기록할 전망이다. 전년도 2220억 엔에 이어 천문학적인 적자행진이 계속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