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인수ㆍ합병(M&A) 열풍을 이끈 두 거인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중국 최대 부호이자 부동산ㆍ엔터테인먼트 대기업 다롄완다그룹을 이끄는 왕젠린은 올해도 활발하게 빅딜을 주도하고 있다. 반면 중국의 ‘워런 버핏’으로 불리는 푸싱그룹의 궈광창 회장은 올 들어서 M&A를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의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왕젠린 회장이 올해 1분기 발표한 투자와 인수 규모는 총 250억 달러(약 28조7100억원) 이상이다.
왕젠린 회장은 1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5개의 초대형 M&A를 추진하고 있으며 그중 3곳은 해외 기업이 될 것”이라며 “핵심사업인 부동산 분야의 부진을 상쇄하도록 성장성이 좋은 엔터테인먼트와 스포츠 사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왕젠린은 ‘고질라’와 ‘다크나이트’ 제작사인 레전더리엔터테인먼트를 35억 달러에 인수해 중국 인사 중 처음으로 할리우드 주요 영화제작사를 갖게 됐다. 완다그룹 산하 AMC엔터테인먼트홀딩스는 경쟁사인 카마이크시네마스를 11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해 미국 최대 영화관 체인 도약을 앞두고 있다.
유럽에서 완다그룹은 2월 26일 30억 유로 이상을 투자해 프랑스 파리 외곽에 디즈니랜드와 경쟁할 수 있는 ‘유로파시티(EuropaCity)’를 세우겠다고 밝혔다. 테마파크와 소매 매장, 호텔과 콘서트홀 등을 갖춘 유로파시티는 유럽 내 단일 투자 프로젝트로는 최대 규모라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완다그룹은 지난달 국제축구연맹(FIFA)과 최고 등급 후원 계약을 맺었으며 인도에서는 북부 하르야나 주에 100억 달러 규모의 산업단지를 조성하기로 했다.
왕젠린이 올해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해외 M&A 하면 떠오르는 인사가 궈광창이었다. 궈 회장은 워런 버핏처럼 적극적인 M&A으로 푸싱그룹을 세계적인 그룹으로 키웠다. 그리스 보석 브랜드 폴리폴리와 미국 뉴욕의 체이스맨해튼빌딩, 프랑스 리조트체인 클럽메드 등은 푸싱그룹이 사들인 대표적 해외자산이다.
그러나 궈 회장은 지난달 31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해외 M&A에서 잠시 물러설 것”이라며 “이것이 우리 스타일이다. 모두가 흥분할 때 우리는 조심스러워진다”고 말했다. 이어 “서구권 기업, 특히 미국의 자산가격이 너무 비싸게 매겨진 것 같다”며 “지금은 해외 M&A를 할 최적의 시기는 아닌 것 같다. 현재 러시아와 인도, 브라질 등 신흥시장을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12월 중국증시 혼란과 관련해 당국으로부터 갑작스런 조사를 받고 나서 궈 회장이 의기소침해진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하고 있다.
푸싱그룹은 최근 2년간 100억 달러 이상을 해외 M&A에 투입했으나 올해는 1건도 없다. 푸싱그룹은 지난해 12월 유럽 상업은행 BHF클라인워트벤슨그룹 인수전에서 후퇴했고 올해 2월 델렉그룹으로부터 4억6100만 달러에 이스라엘 보험사 피닉스홀딩스 지분 52%를 인수하려던 계획도 철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