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년간 일본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도게자까지는 아니더라도 머리를 깊이 숙여 사죄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지금은 대만 혼하이정밀공업에 넘어간 샤프의 다카하시 고조(高橋興三) 사장은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경영 재건에 실패한 것을 깊이 사죄해야 했다. 소니의 히라이 가즈오(平井一夫) CEO도 지난 2014년 막대한 적자로 창립 이래 처음 배당금 지급을 하지 못한 것 때문에 주주들에게 머리를 조아려야 했다. 도시바는 지난해 분식회계 파문이 터지면서 이 같은 사죄 대열에 합류했다.
최근에는 미쓰비시 자동차가 무려 25년간 연비 조작을 했다는 사실이 들통나 아이카와 데쓰로(相川哲郞) 사장이 연일 국토교통성에 불려다니며 사죄하고 있다.
사실 이렇게 무슨 일이 터질 때마다 머리를 조아려 사죄하는 것은 일본의 독특한 문화인 것도 같다. 미국과 유럽 기업 CEO들은 대형 사고를 일으켰을 때 침통한 얼굴로 사과 성명을 발표하기는 해도 고개를 숙이는 모습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이런 사죄가 반복되다 보니 진정성이 전혀 안 느껴지는 것이 문제다. 실적 악화는 어쩔 수 없다 쳐도 분식회계와 연비 조작 등 기업 윤리를 저버린 행위는 용납하기 어렵다. 게다가 미쓰비시 차는 이런 전과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0년대 초반 두 차례 임원까지 관여해 조직적으로 리콜을 은폐했다가 발각됐기 때문. 그때도 머리를 조아려 사죄했지만 실적만 중시하는 기업 문화는 전혀 바뀌지 않았다. 진정한 ‘도게자’는 말과 몸짓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야 하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