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싸라기 땅 제주도에 최근 재건축 바람이 불고 있다. 재건축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일부 아파트의 경우 3.3㎡당 가격이 서울 소형아파트 시세와 비슷한 수준까지 치솟으면서 향후 분양가에도 관심이 쏠리는 분위기다.
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정비사업에 속도가 붙었던 제주시 도남동 도남주공연립주택이 이달 본격적인 철거작업에 들어갔다. 철거작업은 내달 중순 완료될 예정이다. 1984년 3층짜리 건물 12개동, 180가구로 준공됐던 이 연립은 2014년 제주도 내 최초 재건축 단지로 이름을 올렸다. 이 단지는 2018년 상반기 428가구 규모의 ‘제주 해모로’로 탈바꿈한다.
현재 제주시에서 20가구 이상의 공동주택은 모두 361곳이다. 이 중 20년이 넘은 공동주택은 총 162곳(1만4594가구)으로 여기서 재건축사업을 추진 중인 공동주택은 도남주공연립과 이도2동 주공1, 2·3단지, 고려연립 및 대지연립주택 정도다. 1982년에 준공된 102가구 규모의 노형 국민연립주택은 지난해 한진중공업을 시공사로 선정하며 정비사업을 진행 중이다. 준공 30년이 넘은 제원아파트와 인제아파트도 정비사업 추진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의 재건축 바람은 노후된 공동주택이 늘어나면서 재건축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져서다. 90가구 규모의 인제아파트는 1975년, 제원아파트(628가구)는 1979년에 각각 조성됐고, 주공2·3단지의 경우 준공 25년을 지나면서 노후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최근 제주도는 땅값과 주택가격이 거침없이 상승해왔다. 이 지역의 지난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전년보다 25% 넘게 치솟으며 전국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전국 공동주택 가격 상승률 6%의 4배를 넘는 수치다. 실제로 주공2단지 전용면적 39㎡의 3.3㎡당 가격은 이 달 기준 1805만원으로 지난해 5월(1419만원) 대비 27% 상승했다.
땅값 상승률 역시 서귀포시와 제주시가 각각 8%와 7% 상승, 전국에서 나란히 1, 2위를 차지했다. 2010년 1.07%의 땅값 변동률을 보인 제주도는 2014년 3배가 넘는 4%에 육박했다.
제주도가 이처럼 금싸라기 땅이 된 데는 공동주택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영어교육도시 조성과 전원주택 수요 증가 등으로 인한 전입 인구 급증과 제2공항 부지 발표 등 개발 호재의 영향이 컸다. 실제 2012년 5000명이 안 된 제주도 이주 인구는 지난해 1만4000명을 돌파했고, 전체 인구 역시 같은 기간 60만명에서 4만여 명이 늘었다. 이 곳 인구는 올해 말 66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공급 부족과 집값 상승은 앞으로 분양되는 단지들의 고분양가 가능성까지 높이고 있다.
앞서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 내 공동주택택지에 들어서는 한화 꿈에그린은 시행사 측이 일부 가구의 3.3㎡당 평균 분양가를 900만원 이상으로 신청했다가 일부 금액이 감액된 바 있다. 이 단지의 평균 분양가는 869만7000원으로 결정됐다.
하지만 주공1단지의 경우 지난해 진행된 공매에서 전용면적 49.22㎡가 3억3620만원에 낙찰됐다. 3.3㎡당 2254만 원 꼴인 셈이다. 이는 이달 기준 서울의 66㎡ 이하 소형아파트 시세인 3.3㎡당 2041만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주공2단지 39㎡의 3.3㎡당 가격은 약 1800만원, 주공3단지는 1500만원대다. 제주의 강남으로 불리는 노형동의 중흥S클래스빌 3.3㎡당 평균가격 1400만원을 넘어서는 가격이다.
집값 상승이 지난해 보다는 둔화됐지만 신규 공동주택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다보니 집값이 너무 많이 올랐다는 게 인근 공인중개소 관계자의 설명이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제주도 집값이 치솟긴 했으나 현재 시세를 반영한 분양가는 주변 시세와 주택가격 등을 고려할 때 합리적인 분양가는 아니다"라며 "공급이 많지 않은 만큼 미분양 가능성이 높지 않지만 가격상승 기대감이 크지 않은데다 대안 주택이 많아 수요자들의 관심을 분산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