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금융지주사들이 지난해 은행 인수합병(M&A)을 시작으로 외형확장을 꾀하고 있지만 유독 DGB금융지주만이 M&A에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나치게 보수적인 경영 문화가 발목을 잡는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DGB, M&A 실패 잔혹사 = 17일 DGB금융은 “자산운용사 인수가 가장 급한 M&A로 시장 매물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여유자금은 충분하다”고 밝혔다.
DGB금융은 경남은행 인수불발로 쌓은 자금 등을 활용하지 못해 자본 능력은 충분하다.
그럼에도, 적지않은 M&A의 실패의 아픈 이력을 가지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대구은행이 번번히 인수에 실패하는 게 보수적인 마인드가 근본적 요인이라고 분석한다.
대구은행은 지난 2월 프놈펜상업은행(PPCB) 인수에서 JB금융지주에 고배를 마셨다. 프놈펜상업은행 인수를 통해 수년간 계속됐던 M&A 잔혹사의 종지부를 찍으려던 것도 물거품이 됐다.
대구은행은 지난 2013년 저축은행을 시작으로 총 7~8차례 금융사 인수에 도전했지만 대부분 중도포기하거나 최종인수자로 선택받지 못했다.
특히 우리은행 민영화 과정에서 라이벌 부산은행에 경남은행의 주인자리를 내줘야 했다.
이후 아주캐피탈 인수를 검토했으나 예비입찰을 앞두고 중도포기했으며, 현대자산운용 인수전에도 뛰어들었지만, 중간에 철회한 바 있다.
KDB생명 인수에도 나섰다가 매각가에 훨씬 못미치는 수준을 제시하면서 제대로 시작도 못해보고 끝났다.
그나마 지난해 NH농협금융지주로부터 사들인 우리아비바생명보험(현 DGB생명보험) 정도가 성공한 M&A로 꼽힌다. 하지만 이 마저도 유상증자를 단행하는 등 1000억원 가까운 자금을 쏟아부으면서 단기간내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남은행 인수 경쟁서 희비 엇갈려 = 대구·경북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대구은행(DGB금융)은 한때 부산·경남에 뿌리를 둔 부산은행(BNK금융지주)과는 지방은행의 라이벌로 통했다.
오히려 대구은행이 탄탄한 지역경제를 기반으로 1조원가량의 자산 격차를 보이며 앞서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현재 자산은 100조원대와 50조원대로 약 두배나 되는 격차가 벌어졌다. 급격한 자산격차가 벌어지는 원인 중 경남은행 인수 성패가 결정적이었다.
BNK금융은 공격적인 M&A와 해외진출로 몸집을 불린 반면, DGB금융은 보수적인 경영전략을 고수하면서 상반된 결과를 나왔다.
BNK금융의 경남은행 인수는 현재까진 성공적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최근 BNK금융의 수익성이 나아지고 있는 것도 경남은행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지난해 부산은행 등 다른 계열사 순이익이 줄어든 가운데 경남은행의 실적 개선으로 BNK금융그룹 전체 순이익(염가매수차익 제외)은 4855억원으로 2014년 대비 34%가량 증가했다.
경남은행 인수를 발판으로 BNK금융이 승승장구할 수록 DGB금융의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3대 지방금융지주, 종합금융지주 도약 조건은 = BNK금융이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보험 분야에 진출해야 한다는 안팎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BNK금융은 은행, 증권, 캐피탈, 저축은행, 자산운용 등은 갖췄지만, 생명보험사나 손해보험사 등의 자회사가 없는 상황이다. 최근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금융지주 복합점포에선 계열사 보험사의 상품을 은행에서 판매하는 시너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BNK금융은 당분간 자본 적정성을 높이며 내실을 다지는데 주력하면서 시장 상황을 살핀다는 입장이다.
JB금융의 경우 은행, 캐피탈, 자산운용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필요한 부문은 증권사와 보험사 쪽이다.
JB금융는 지난해 LIG투자증권 인수 우선협상자 선정과정에서 탈락한 후 중소형 증권사를 다시 물색하고 있다. 증권사 인수에 강한 의지를 갖고 이베스트투자증권, 골든브릿지증권 등 시장에 나와 있는 중소형 증권사를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800억원의 유상증자로 넉넉하 실탄을 확보한 만큼 적절한 증권사 매물이 나오면 인수를 미루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DGB금융은 자산운용사 인수를 추진 중이다. 매물 중 알파에셋자산운용과 현대자산운용이 잠재적 인수 후보군이다. 현대자산운용은 현대증권과 매각 후 재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게 업계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