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이 신주인수권부사채(BW·한진해운78)의 만기 4개월 연장에 성공했다.
한진해운은 19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본사 23층 대강당에서 열린 제78회 무보증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대한 사채권자집회에서 채무 재조정 안건이 가결됐다고 밝혔다.
한진해운이 2013년 5월 발행한 무보증 BW 발행원금 총 3000억원 중 대부분을 지난해 상환, 현재 원금기준 약 358억원이 남아있다. 이 중 일부 금액은 조기상환 청구권이 행사돼 오는 23일 조기상환이 예정돼 있다.
이번 사채권자집회 의안은 조기상환일을 5월 23일에서 9월 23일로 4개월 연장, 사채권자 선택에 따라 한진해운의 자기주식으로 사채원리금을 상환 받을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사채권자 집회에서 만기 연장안이 통과되려면 출석 사채권자 의결권 3분의 2이상 찬성과 미상환 잔액의 3분의 1이상 찬성으로 최종 가결돼야 한다. 이날 집회에는 약 20여명의 사채권자가 참석했으며 이는 전체 투자자의 3분의 1이상(168억원)에 해당되며 이 중 3분의 2(130억원 이상)이 동의했다.
사채권자 심재동씨는 집회에 앞서 "잘 됐으면 좋겠다"며 긍정적인 결과를 전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집회 마무리 이후 불만을 표한 투자자도 있었다. 박흥식씨는 "오늘 결과가 납득이 되지 않는다"라며 "채무 잔액은 자율협약 개시 이전에 지급됐어야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현석 한진해운 재무본부장(CFO)는 “이번 사채권자집회 가결을 계기로 용선료 협상 및 추가 사채권자 집회 등 재무건전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여 조기 경영 정상화를 이루겠다”고 굳은 결의를 밝혔다.
이번 안건 가결로 채무재조정이 무산돼 기존에 발행한 회사채 전부가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빠질 위기를 모면했다.
불과 하루 전날만 해도 부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현대상선이 용선료 협상에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것이 한진해운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란 우려감도 제기됐기 때문이다. 또 한진해운이 지난 4일 별도로 진행한 사전설명회 때만 해도 투자자들은 만기를 연장했을 때 원리금을 상환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을 내비치는 등 불만을 쏟아내기도 했다.
경영정상화의 첫 고비를 넘긴 한진해운은 앞으로 용선료 인하 협상 과제가 남아 있다, 한진해운은 지난 13일 결정된 제3의 글로벌 해운동맹 '디 얼라이언스'에 편입하며 해운동맹 잔류에는 성공했기 때문이다. 채무재조정은 한진해운이 용선료 인하와 함께 자율협약 진행을 위해 반드시 충족해야 하는 조건 중 하나다.
다만 현대상선과 채권단은 선주들에게 용선료 30% 가량 인하를 요청했지만 선주들과의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해 현대상선의 선례가 앞으로 진행될 예정인 한진해운 용선료 협상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진해운은 그리스 다나오스 등 일부 선주들이 현대상선 선주들과 겹친다.
한진해운은 최근 협상팀을 꾸리고 자문 로펌으로 영국계 프레시필즈(Fresh Fields)를 선정했다. 이 로펌은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이스라엘 선사인 짐(ZIM)의 용선료 인하 성공 사례를 이끈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