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23일 상임위 차원의 수시 청문회를 가능케 한 국회법 개정안을 정부로 이송한다. 청문회는 위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만 있으면 된다.
청와대는 국정현안을 사안마다 쟁점화해 청문회를 남발하고, 식물국회 주범인 ‘국회 선진화법’처럼 행정부 마비 사태가 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재의 요구권(법안 거부권) 행사를 신중히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박 대통령은 25일 출발하는 아프리카·프랑스 순방을 마친 뒤 내달 7일 국무회의에서 거부권 행사 또는 법안 공포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이번 개정안이 정부와 기업인을 상대로 한 길들이기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상임위에서 진행하는 청문회도 일반 청문회처럼 누구든 증인과 참고인으로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야당이 마음만 먹으면 당장 ‘어버이연합 사태’와 ‘증세’ 문제 등을 두고 청와대와 정부 공무원, 전경련 등 기업인 모두를 국회로 불러들일 수 있다. 특히 기업의 경우 청문회장에 서는 것만으로 이미지에 적잖은 타격을 받고 경영 행위가 다소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청문회를 통해 모든 현안이 정치 쟁점화 될 경우 오히려 의정활동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국회 관계자는 “상임위마다 청문회를 열겠다고 할 경우 증인과 참고인 채택을 두고 싸우다 오히려 시간만 허비하게 될 수도 있다”면서 “실효성 문제도 잘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청문회와 다소 성격은 다르지만, 현재도 ‘현안질의’라는 제도를 통해 언제든 국무위원을 상임위로 불러 정부의 입장을 듣고 현안을 조율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여야 3당 역시 국회법 개정안을 두고 연일 공방전을 이어가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전날 “상시로 청문회가 열리면 정부가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느냐,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도 금기시할 이유가 없다”고까지 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대변인은 “행정부 마비라는 주장은 과잉 우려”라고 일축했고, 국민의당 이용호 원내대변인은 “대통령은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 책임이 있다”면서 개정안의 거부권 행사를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