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테크놀로지스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한 특허전쟁에 시동을 걸었다.
화웨이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소재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지방법원과 중국 선전 인민법원에서 삼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24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 등 주요 외신이 보도했다. 화웨이는 자사가 보유한 4세대(4G) 이동통신망 업계 표준과 관련한 특허를 삼성이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자사가 보유한 특허 포트폴리오에 대해 공정하고 합리적인 조건으로 삼성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으려 했으나 그러지 못했다는 게 화웨이 측의 의견이다.
윌리엄 플러머 화웨이 전략·대외업무 담당 부사장은 “광대한 특허 포트폴리오의 보유자로서 우리는 혁신에 대한 보상을 받아야 하며 다른 기업도 마찬가지”라며 “이것이 바로 개방과 혁신을 이끄는 기술산업의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딩젠싱 화웨이 지적재산권 담당 사장은 “우리는 삼성이 특허 침해를 멈추고 화웨이로부터 필요한 라이선스를 획득하는 등 서로 협력해 IT산업을 선도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딩 사장의 발언과 관련해 화웨이가 삼성으로부터 현금 배상보다는 라이선스를 통한 특허 교환에 더 관심이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또한 이번 화웨이의 고소가 지난 2011년 맞고소를 시작으로 수년간 격렬하게 소송전을 벌인 삼성과 애플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영국변리사회(CIPA)의 일리야 카즈는 “이번 소송이 애플과 삼성 건처럼 공개적으로 싸움을 전개하는 것으로 번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화웨이는 라이선스 합의를 얻고자 소송을 활용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특허 전쟁에서 소극적이며 방어적인 입장에 있었던 중국 기업의 태도가 바뀌는 사례로 이번 소송을 주목하고 있다. 화웨이는 연구·개발(R&D)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매체 포춘에 따르면 지난해 화웨이는 연매출의 15%에 달하는 596억 위안(약 10조8300억원)을 R&D에 투자했다. 지난해 말 기준 회사가 보유한 특허는 5만377건에 이른다. 또 화웨이는 지난해 3898건의 특허를 출원해 2년 연속 세계 특허신청 1위 자리를 차지했다.
화웨이는 애플, 에릭슨과 특허 교환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상태이며 애플이 화웨이에 로열티를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