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힐러리 클린턴 대선후보에 대한 공식 지지를 선언했다. 대통령의 정치적 중립의무가 없는 미국에서는 상투적인 사례.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대통령 탄핵 이슈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오바마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민주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 대한 지지를 공식 선언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클린턴 전 장관의 선거 캠페인 웹사이트와 유튜브에 올린 영상물에서 "힐러리보다 대통령 자리에 더 적합한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나는 그녀의 편이다. 열정을 갖고 어서 나가 캠페인에 동참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로써 오바마 대통령은 8년 전 대선 경선에서 자신과 경쟁했던 클린턴 전 장관을 공식 지지하게 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당장 오는 15일 대표적 경합주로 꼽히는 '러스트 벨트'(쇠락한 공업지대)인 위스콘신 주로 출격해 클린턴 전 장관 지원연설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영상에서 클린턴 전 장관에 대해 "사실상의 민주당 대선 후보로서 역사를 만들고 있다"며 "나는 이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안다. 그래서 나는 힐러리가 그것을 매우 잘할 것임을 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용기와 열정, 그 일을 해낼 수 있는 가슴이 있다"며 "그녀와 20차례 이상 토론을 했었던 사람으로 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직 대통령이 차기 대선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미국 정치권에서 상투적인 현상이다. 이른바 '킹 바이 킹'으로 불리는 정치적 지지 관례다. 심지어 법관도 정당 소속이다. 연방 법관의 90% 정도가 대통령 소속 정당 당원 중에 임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우리나라는 대통령의 정치적 중립 의무가 존재한다. 우리 헌법재판소는 대통령도 정치적 중립 의무를 부담하는 공무원이므로 선거 기간에 자기가 속한 정당을 지지하거나 상대 정당을 비난하는 발언을 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앞서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은 "국민이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여당)을 지지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또 중앙선관위의 권고에도 "나는 계속 열린우리당을 지지할 것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라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대통령 탄핵 사태까지 일어났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청구 기각 결정이 내려지면서 노 전 대통령의 권한이 복귀되기도 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 선언'에 대해 힐러리 클린턴 전 장관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세상 전부를 얻은 셈"이라며 환영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과 내가, 여러해에 걸쳐, 격렬한 경쟁자에서 진정한 친구가 된 것이 기쁘고 영광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