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황찬란한 색으로 도배된 벽 한 쪽엔 ‘배트맨과 로빈’ 등 마블의 인기 히어로 캐릭터들이 방문자들을 맞는다. 또다른 한 쪽엔 테슬라 전기차로 꾸며진 작업공간에 여러 청년 예비창업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서로의 의견을 거리낌 없이 교환한다.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차로 약 30분 거리에 위치해 있는 산마테오에는 현지 스타트업들을 위한 공간이 자리하고 있다. 팀 드레이퍼가 2012년 설립한 스타트업 보육공간인 ‘드레이퍼 유니버시티(Draper University)’다. 팀 드레이퍼는 테슬라, 스카이프, 핫메일 등에 투자해 성공을 이룬 미국의 전설적인 투자자다.
드레이퍼 유니버시티는 지금까지 250개 이상의 스타트업을 배출했고, 2400만 달러 이상의 벤처캐피털(VC) 투자 유치를 달성하기도 했다. 보통 7주 이상의 교육기간 동안 투자유치‧법률‧비즈니스 스케일링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특이점은 18세에서 28세의 전 세계 ‘젊은’ 예비 창업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다. 이 곳 학생들의 평균 나이는 25세로, 미국 현지인이 40%, 외국인이 60%를 차지한다. 한국인도 졸업한 사례가 있다. 증권 핀테크 스타트업을 창업한 뉴지스탁 문경록 대표다.
드레이퍼 유니버시티의 목표는 ‘뛰어난 기술과 아이디어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슈퍼히어로인 창업가 양성’이다. 드레이퍼 유니버시티 내 공동작업 공간을 ‘히어로 시티(Hero City)’라 명명한 이유이기도 하다. 히어로 시티는 1층과 지하 1층으로 이뤄져 청년 예비창업자들이 자유롭게 이용 가능하다.
7주간의 교육은 ‘스타트업 부트캠프(Bootcamp)’란 이름으로 진행된다. 우리나라와 같은 ‘극기훈련’ 프로그램도 있어 눈길을 끈다. 4주차 ‘서바이벌 위크(Survival Week)’로, 배낭을 메고 샌프란시스코를 걸어 한 바퀴를 행군한다. 이어 샌프란시스코 북쪽에 있는 농장에 가서 특수부대 출신 교관들과 훈련을 함께 해야 한다.
드레이퍼 유니버시티 관계자는 “예비창업자들이 극한의 체험을 통해 기업가정신을 깨우치기 위한 교육”이라며 “이후 마지막 7주차엔 실제 VC들과 함께 피칭을 하는 자리도 마련해 성공을 가늠하도록 만들어준다”고 설명했다.
이곳엔 한국인 강사도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투자자로 활동 중인 윤준규 박사다. 윤 박사는 교육 프로그램 중 ‘10배로 생각하기’란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벤처투자 관계자는 "우리나라도 여러 스타트업 보육기관들이 많지만, 드레이퍼 유니버시티는 선진화된 시스템으로 창업 활성화를 이끌고 있는 조직"이라며 "향후 한국 벤처ㆍ스타트업계의 글로벌화를 위해 필요한 시스템"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