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벤처스 사태'로 논란을 일으켰던 중소기업청의 '민간투자 주도형 기술창업지원사업(TIPSㆍ이하 팁스)'이 민간 자율성을 다소 낮추고, 정부의 관리ㆍ감독 기능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편된다. 운영사의 창업팀 지분율을 30% 이내로 제한하고, 창업팀 추천시 '투자검토보고서'를 정부에 제출하는 등 가이드라인도 한층 강화된다.
중기청은 2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팁스 프로그램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선진화 방안은 지난 4월 팁스 운영사인 더벤처스의 호창성 대표가 정부 보조금 횡령 혐의로 구속되는 사건이 발생하자 이에 대한 예방책 차원에서 중기청이 약 두 달 만에 내놓은 대책이다. 기존 팁스 프로그램이 민간 자율성을 최대한 부여했다면, 이번 방안에선 정부의 관리ㆍ감독 기능 비중을 높인 것이 주요 내용이다.
우선, 창업지원법을 통해 팁스 운영사를 관리ㆍ감독할 수 있는 법적근거를 마련했다. 이를 통해 일정 조건을 획득한 창업기획자(엑셀러레이터)에 한해 팁스 운영사 참여도 허용한다. 운영사가 창업팀을 추천하는 경우엔 투자검토보고서 제출도 의무화하기로 했다.
더벤처스 사건의 쟁점이 됐던 운영사의 창업팀 지분율도 보수적으로 바뀌었다. 기존엔 제한이 없었지만 앞으로 운영사의 창업팀 지분은 30% 이내만 보유할 수 있게 된다. 운용사의 위법ㆍ부당행위에 대해서도 제재조치를 명문화하고, 투자계약의 적절성 평가 차원에서 '투자 적절성검증위원회'로 구성키로 했다.
주영섭<사진> 중기청장은 이에 대해 "자체 통계를 보면 158개의 팁스 창업팀의 평균 투자금액은 2억원, 운용사의 평균 지분율은 12% 수준"이라며 "실질적으로 지분율 30% 이상을 가져간 운용사는 3개에 불과한데 이 업체들로부터 문제가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검증위, 투자검토보고서 등을 통해 팁스의 투명성을 강화해 불미스러운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바이오와 같은 전략분야의 기술창업을 견인하기 위해 '특화형 팁스 프로그램'도 도입한다. 바이오 분야에 한해 연구개발(R&D)와 사업화 자금 지원한도를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주 청장은 "기존 팁스는 정보통신 분야에만 몰리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를 향후 신성장 업종으로 큰 틀을 갖고 이 안에서 자유공모를 하겠는 것"이라며 "팁스의 그릇을 넓히는 역할을 하겠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교수, 연구원, 경력직 엔지니어 등 고급기술인력 참여도 확대하고, 해외시장 성과 창출을 위해 해외 기업설명회(IR)과 국내 벤처ㆍ중견기업 인수ㆍ합병(M&A)을 향한 '팁스 IR데이'도 개최할 계획이다.
이번 중기청의 팁스 선진화 방안은 전반적으로 기존보다 민간 자율성이 떨어진 대신 정부 개입도다 다소 높아진 게 특징이다. 때문에 민간 자율성을 기반으로 시작했던 팁스가 다시 관 주도로 돌아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섞인 시선도 나온다. 운용 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하면 민간 자율성을 떨어뜨려왔던 과거 정부 정책 흐름과도 비슷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일부 사건으로 인해 부정적인 인식을 받고 있는 팁스 운영사들은 오히려 투명성 강화로 세간의 인식을 정화시킬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팁스 운영사인 퓨처플레이의 류중희 대표는 "운영사 입장에서 이번 대책은 다소 부담스러울 있다"면서도 "이런 프로세스를 통해 투자시 불미스러운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검증되면 운영사 입장에서도 좋기 때문에 충분히 감수할 수 있는 리스크"라고 말했다.
한편, 중기청이 2014년부터 시작한 팁스는 민간 엔젤투자사를 운영사로 선정해 이들이 1억원을 투자하면 최대 9억원의 정부 보조금을 지원해주는 방식이다. 지난 4월 유명 엔젤투자가인 호창성 더벤처스 대표가 수십억원의 정부 보조금을 가로챈 혐의로 검찰에 구속돼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