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먹는 하마’인 대우조선해양을 둘러싸고 연이은 악재가 터지자,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자회사인 대우조선의 경영정상화를 놓고 대주주인 산은보다 외부의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어, 주체적인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대우조선의 가장 큰 문제는 1조 원 규모의 해양플랜트 인도 지연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대우조선은 이달 말과 다음 달 말 ‘소난골 드릴십’ 1ㆍ2호기를 선주사인 앙골라 국영석유회사에 인도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선주사 측이 인도를 위해 필요한 잔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기한 내 인도가 어려워진 상황이다.
여기에 대우조선은 당장 오는 9월 40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 상환까지 앞두고 있어 관련 유동성이 절실하다.
이에 대해 산은은 유동성 지원 관련 대책 논의에 나섰으며, 아직 구체적 방안을 확정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 관계자는 “해양플랜트 인도가 늦춰지면 대우조선에 타격이 있는 건 분명하다”면서도 “아직 확정된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최대한 이를 막기 위해 노력하고, 지연 가능성에 대비해 대응책을 마련 중”이라고 설명했다.
대우조선 경영정상화에 대한 이 회장의 의지는 그 누구보다 강하다.
이 회장이 지난 2월 취임한 이후 가장 시간을 할애한 과제가 대우조선 경영정상화 문제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대우조선에 지원키로 결정한 4조2000억 원 내에서 경영정상화를 이루겠다는 포부를 언론에 내비치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유동성 지원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자금 지원 규모는 4조2000억 원 가운데 미집행된 금액인 1조 원을 넘어서지 않을 것이라는 게 산은 측 설명이다.
산은 관계자는 “최근 언급되고 있는 인도 지연의 문제는 회사에 귀책사유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노조가 파업을 결의한 상황이라 산은이 나서서 대우조선에 자금을 집행하는 것 또한 녹록지 않다.
앞서 대우조선 노조는 지난 14일 자구계획안에 반발해 실시한 파업 찬반투표에서 파업을 가결했다. 이에 대해 산은 등 채권단은 대우조선이 파업에 돌입할 경우 지원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는 원칙을 공고히 한 바 있다.
이 회장 역시 대우조선에 대한 추가 지원 여부에 대해 “(대우조선에 지원금을) 더 투입한다, 투입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하기 어렵다”면서 “(지원금 추가 투입 여부는) 신중하게 판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