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20년 열리는 일본 도쿄 하계올림픽이 준비 단계에서부터 삐걱거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올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의 악몽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이 커지고 있다.
당초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아베노믹스의 완결판으로 도쿄 올림픽을 점찍어 두고 있었다. 엔저로 수출을 활성화하고 올림픽 특수로 내수를 끌어올려 올림픽을 기점으로 일본 경제의 부활을 선언한다는 심사였다.
그러나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인 ‘브렉시트(Brexit)’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이런 계획에 벌써부터 차질을 빚게 됐다. 달러ㆍ엔 환율은 브렉시트 국민투표 개표 결과가 나온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장중 99엔 선이 붕괴했다. 아베노믹스 성과가 단 하루 만에 물거품이 된 것이다. 게다가 최종적으로 브렉시트가 확정되기까지 최소 2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도쿄올림픽 전까지 끊임없이 엔화가 상승 압박을 받을 전망이다. 이는 수출은 물론 올림픽 관광 수요에 결정적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정치권도 올림픽 준비를 돕기는커녕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다. 마스조에 요이치 도쿄 도지사가 불법 정치자금 스캔들에 지난달 사퇴하는 불상사도 일어났다. 도쿄 도지사는 오는 8월 5일 리우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고 같은 달 21일 폐막식에서 차기 개최지 대표로 대회기를 인수한다. 차기 도지사 선거 일정에 따라 신임 도지사가 개막식에 참석하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달 마스조에 도지사는 대회 준비에 있어서 만큼은 올림픽조직위원회와 잘 협조했다며 신임 도지사가 다른 태도를 보이면 혼란을 보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모리 요시로 도쿄올림픽 조직위원장은 지난달 15일 성명에서 “올림픽을 확실하게 준비할 책임은 유치한 도시(도쿄)가 담당하고 있다”며 “누가 도지사가 됐든 이 점을 충분히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잡음은 끊이지 않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지난 5월 도쿄올림픽 유치 과정에서 일본 측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측에 뇌물을 건넸다는 의혹을 폭로했다. 일본 측이 라민 디악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전 회장의 아들이며 IAAF 마케팅 컨설턴트였던 파파 마사타 디악의 비밀계좌에 거액을 송금했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1964년 도쿄 올림픽과 1998년 나가노 동계 올림픽에서도 비슷한 의혹이 일어났다는 것을 상기시키기도 했다.
심지어 엠블럼과 주경기장 등 기본적인 인프라 준비에서도 온갖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는 표절 논란 끝에 지난해 선정한 엠블럼을 백지화시키고 나서 9개월 만인 올해 4월 말 새 엠블럼을 확정했다.
일본은 당초 유명 여류 건축가인 고(故) 자하 하디드에게 올림픽 주경기장 설계를 맡겼지만 예상 건축비가 당초 1300억 엔(약 1조4500억 원)에서 약 2651억 엔으로 껑충 뛰자 지난해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고 다시 자국 건축가인 구마 겐고의 안을 채택했다. 이에 오는 2019년 5월로 잡아놨던 완공 기한도 올림픽 개막 7개월 전인 2020년 1월로 늦춰지게 됐다.
이밖에도 유치 단계에서 1조 엔 이하로 예상했던 개최 경비가 실제로는 2조~3조 엔으로 팽창할 것이 확실시돼 조직위와 도쿄도, 중앙정부가 비용 분담을 재검토하는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했다.
일본이 이런 온갖 난관을 딛고 1964년 도쿄 올림픽의 영광을 재현할지 아니면 돈은 돈대로 쓰고 경기 활성화에도 실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