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그룹, 2005년 LG서 분리 후 독자 노선 = GS그룹은 2004년 7월 LG그룹에서 계열분리됐다. LG그룹은 1947년 고 구인회 창업회장과 고 허만정 씨가 락희화학공업사(현 LG화학)를 설립하면서 시작됐다. 허만정 씨는 구 창업회장의 장인인 고 허만식 씨의 6촌이자 만석꾼이었다. LG화학은 이후 락희산업(현 LG상사), 금성사(현 LG전자), 한국케이블공업(현 LS전선), 럭키개발(현 GS건설) 등을 설립하면서 사업을 확장했다.
1995년 3대 구본무 회장 취임 후에도 구 씨와 허 씨 일가는 지분과 경영참여 모두 동업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2000년 이후 LG그룹은 본격적인 계열분리가 이뤄졌다. 구 씨 일가가 아워홈, LB인베스트먼트, LS그룹 등으로 분리된 데 이어 허 씨 일가가 지주회사 ㈜GS와 GS칼텍스(옛 LG칼텍스정유), GS리테일(옛 LG유통), GS홈쇼핑(옛 LG홈쇼핑)의 출자부문과 임대사업 일부를 분할해 GS그룹을 분리했다. GS그룹은 분리 이후 LG그룹과는 별도로 운영되던 승산, 코스모 등을 계열사로 편입해 그룹 규모가 늘어났다.
GS그룹은 LG그룹처럼 계열분리는 하지 않았으나 실질적으로 독립된 소그룹들로 이뤄져 있으며, 대체로 2세대 가족을 기준으로 각 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GS그룹 핵심 계열사는 지주회사 ㈜GS를 중심으로 정유(GS에너지·칼텍스), 건설(GS건설), 유통(GS홈쇼핑·리테일) 부문으로 나뉜다. 이밖에 소유구조상 지주회사에서 독립해 지배주주 일가가 개인적으로 보유한 계열사들이 화학, 유통, 부동산 등 다양한 업종에 진출해 있다.
GS그룹은 계열분리와 동시에 지주회사 체제를 갖췄다. ㈜LG에서 분할, 설립된 ㈜GS가 지주회사로서 GS에너지, GS홈쇼핑, GS리테일 등 주요 계열사를 지배하는 형태이다. GS그룹 지배주주 일가 다수가 40% 이상 지주회사 지분을 보유하며 그룹 경영권을 확보하고 있으며, GS건설을 비롯해 몇몇 계열사는 지배주주 일가가 직접 지분을 보유해 지배권을 행사하고 있다.
◇오너 3세, 대표적 집단 경영체제 = 지주회사인 ㈜GS는 올해 1분기 말 기준 오너 일가 49명과 동행복지재단이 46.3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4.75%로 최대주주이며, 4촌형제인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2.85%), 허동수 GS칼텍스 회장(2.40%),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2.70%), 허경수 코스모그룹 회장(2.11%), 허연수 GS리테일 사장(2.58%), 허용수 GS에너지 부사장(4.47%) 등이 2~4%대의 지분을 갖고 있다.
GS그룹은 엄격한 유교적 가풍을 따르고 있어 장자 승계의 원칙을 갖고 있다. 다만 현재 두각을 나타내는 지배적인 오너가 없는 집단 지도체제인 만큼 GS그룹은 공식·비공식적인 ‘가족회의’를 통해 그룹의 중대사를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장자 승계의 원칙을 따랐다면 GS그룹의 경영권은 고 허만정 창업주→고 허정구 삼양통상 회장→허남각 삼양통상 회장 등 세대별 장남에게로 이어졌어야 한다.
그러나 LG그룹과의 계열분리 과정에서 허 창업주의 3남인 고 허준구 GS건설 명예회장이 큰 공헌을 한데다 고 허정구 회장은 분리 이전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개인 사업(삼양 등)을 함에 따라 그룹 지배권은 허준구 회장과 그의 장남인 허창수 회장에게 돌아갔다. 아울러 허창수 회장을 비롯한 허준구 회장의 다섯 아들이 그룹에서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 허창수 회장 아래로 둘째인 허정수 씨는 GS네오텍 회장을, 허진수 씨는 GS칼텍스 대표이사 부회장, 허명수 씨는 GS건설 부회장, 허태수 씨는 GS홈쇼핑 부회장을 맡고 있다.
이밖에 허창수 회장의 사촌형제인 허동수 GS칼텍스 회장, 허연수 GS리테일 사장, 허용수 GS에너지 부사장 등이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이러한 집단체제 속에서도 GS그룹은 경영권을 승계하는 데 있어 잡음이 일지 않는다.
이에 따라 GS그룹의 4세 승계는 아직 시작 전 단계라고 할 수 있으며 당분간 3세 중심으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러한 승계 구도 탓에 집단경영 체제와 장자 승계 원칙에 부정적인 시나리오도 없지는 않다.
집단경영 체제가 계속되지 않으리란 배경에는 가족 간 합의가 오래도록 이어지는 것은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에 기인한다. 그동안 GS그룹은 문제가 없었으나 두산그룹은 ‘형제의 난’을 겪은 바 있다. 또 최근처럼 그룹 전반을 둘러싼 경영 환경이 급박하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집단경영 체제로 대응하기에는 미흡한 점이 있지 않겠느냐는 평가도 있다. 다만 이러한 변화는 오너가 지분율이 대동소이하다는 점과 후계자의 경영 능력이 입증돼야 반대 여론을 최소화할 수 있는 만큼 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집단경영 체제의 한 측면에서 ‘사촌경영’ 체제로의 변화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다. 허용수 GS에너지 부사장이 그룹 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3년 내 ㈜GS 지분율 변동을 보면 주요 오너 3세 중 허용수 부사장이 잇따라 보유 지분을 늘리고 있다. 허 부사장은 2013년 4.20%에서 4.31%로, 2014년에는 4.41%로 늘린 데 이어 지난해 4.47%까지 확대하면서 허창수 회장 다음으로 지분이 많다.
◇오너 4세, 눈에 띄는 후계자는? = 오너 4세들의 ㈜GS 지분은 취약한 편이나 몇몇 4세들은 착실하게 경영수업을 받으며 차기 경영권 구도에 한 발짝 다가서고 있다. 4세 경영권 승계 구도에서 유력한 인물로는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의 장남 허준홍 GS칼텍스 전무,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의 장남 허세홍 GS칼텍스 부사장, 허창수 회장의 장남 허윤홍 GS건설 전무 등이 꼽힌다.
GS그룹은 지난해 말 시행한 2016 정기 임원 인사에서 오너 일가인 허준홍 상무와 허윤홍 GS건설 상무를 전무로, 허서홍 GS에너지 부장을 상무로 승진시켰다. 만약 GS그룹이 장자 승계에 나설 경우 이들 3명의 4세 경영인 가운데 허윤홍 전무가 차기 회장으로 선택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허윤홍 전무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3, 4세 경영인들의 초고속 승진 사례와 달리 2004년 평사원으로 GS칼텍스에 입사해 다양한 실무를 경험하며 13년 만에 전무 타이틀을 따냈다.
허만정 창업주의 장손인 허준홍 전무도 유력 인물이다. 허준홍 전무 역시 ㈜GS 지분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어 재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허준홍 전무의 지분율은 후계 3인 중이서도 단연 앞선다. 최근 두산그룹이 창업주의 증손자이자 4세 맏손자를 차기 회장으로 선택했듯이 허준홍 전무도 장손이라는 점에서 승계시 분명한 이점을 갖고 있다.
허세홍 부사장도 만만치 않다. 허 부사장은 4세 경영인 가운데 가장 먼저 임원에 올랐다. 허 부사장은 1969년생으로 오너가 직계 4세 중에서는 나이가 가장 많다. IBM과 셰브론 미국 본사 및 싱가포르법인 등에서 근무하다 2007년 GS칼텍스 싱가포르법인 부법인장 등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