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계탕에 전복, 낙지, 산삼, 각종 한약재 등을 넣은 ‘고급 삼계탕’도 등장했다. 더운 여름날 삼계탕 한 그릇으로 원기를 회복한다고 반기는 사람들도 있지만, 서민 음식 삼계탕을 더 이상 마음 편히 먹을 수 없게 되었다는 불평도 나온다. 유명 식당들은 삼계탕 가격을 평균 1만5000원으로 책정하고 있고, 비싼 곳은 2만 원이 넘기도 한다. 그러나 정작 육계농가는 울상이다. ‘삼계탕의 계절’을 맞아 닭고기 소비는 활발해지지만 삼계탕 열풍, 치맥 열풍이 불어도 닭 산지 가격은 오르지 않는다. 몇 년째 이어진 닭의 과잉 공급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올해 7월 육계 사육 마리 수는 1억1908만 마리로 전망된다. 공급 과잉이 심각했던 지난해보다도 3%나 늘어난 숫자다. 작년 7월 산지 평균 가격은 1400원대였으며, 올해도 비슷한 수준을 보인다. 삼계탕용으로 많이 쓰이는 닭의 원가는 3000원이 약간 넘는다. 식당에서 파는 삼계탕 가격의 5분의 1 수준이다. 각종 부재료비와 인건비를 고려하더라도 차액이 너무 크다. 과잉 생산이 계속되면서 소비자가격은 오르는데 생산원가는 오히려 떨어지는 기형적 구조가 나타나는 것이다. 폐쇄적 시장구조, 출혈경쟁의 폐해를 인식하고 공급 물량을 감축하는 등 중장기적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삼계탕은 최근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 드라마의 인기, 한국을 방문한 관광객들의 입소문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있으나 삼계탕 자체가 가진 맛과 영양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닭고기는 단백질이 풍부하고, 찹쌀이 탄수화물을 보충해줘 한 끼 식사로도 충분하다. 특히 한국을 대표하는 건강식품 인삼이 들어가 건강식으로도 인기가 높다. 닭 한 마리를 통째로 고아서 만든 삼계탕은 “책상 다리 빼고 다 먹는다”는 중국에서도 볼 수 없는 음식이다. 지난 5월에는 중국 관광객 4000명이 한강공원에서 삼계탕을 먹는 행사가 열렸고, 최근에는 삼계탕이 중국에 최초로 수출됐다. 미국과 일본,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으로는 이미 삼계탕이 수출되고 있었다. 삼계탕 수출액은 2014년 750만 달러에서 지난해에는 985만 달러로 30% 이상 늘었다.
한식은 기본적으로 ‘조화와 화합’의 철학을 담고 있다. 여러 가지 나물과 밥, 고추장이 어우러진 비빔밥은 물론이고 구절판, 신선로 등 궁중음식에도 다양한 맛과 색, 식감과 영양을 가진 식재료들이 조화를 이루며 화합한다. 녹두묵에 고기, 미나리, 김 등을 섞어 만든 ‘탕평채’는 이름부터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다”는 ‘탕탕평평’에서 유래했다. 조선시대 영조가 극심한 당파싸움을 극복하고 여러 당파가 잘 협력하자는 ‘탕평책’을 논의하는 자리에 처음으로 등장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삼계탕도 마찬가지다. “열은 열로써 다스린다”는 우리 조상들의 ‘이열치열’ 지혜가 삼계탕 안에 담겨 있다. 따뜻한 성질을 갖고 있는 닭에 인삼, 대추, 찹쌀 등 각종 재료들이 영양을 보충해주기 때문에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철 체력 회복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유명 삼계탕 식당 앞에 외국인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은 이젠 낯설지 않다. 맛과 영양뿐만 아니라 우리 조상들의 지혜와 철학이 세계적으로 통한 것이다. ‘국민 보양식’ 삼계탕이 앞으로 세계인의 보양식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