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구글에 지도 데이터 반출 여부 결정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구글과 네이버가 날선 공방전을 벌였다.
8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공간정보 국외반출이 공간정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제의 정책토론회에서 구글 측은 지도 반출을 허용한다고 해서 국가 안보 등에 영향이 없다는 주장이고, 네이버는 안보 문제를 구글이 판단할 수 없는 것이라며 맞섰다.
구글은 2010년 이후 두 번째로 지난 6월 1일 국내 정부에 지도 데이터 반출을 신청한 상태다. 신청한 자료는 국토지리정보원의 축척 1:5000 수치지형도를 기반으로 한 전국 디지털 지도다. 반출 목적은 GIS 콘텐츠 산업 활성화, 국내 관광산업 진흥, 글로벌 서비스의 국내 도입을 통한 소비자의 편익 확대 등이다. 처리기한은 오는 25일까지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심사에서도 반출을 불허하는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권범준 구글 지도 프로덕트 매니저 겸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이날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지도 반출의 정당성에 대해 설명했다. 권 매니저에 따르면 구글은 2008년 한국판 지도를 출시했지만 데이터 반출 불가로 인해 기능이 제한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자동차·자전거·도보 길 찾기를 실행하면 외국에서는 정상적으로 안내가 된다. 하지만 국내를 방문한 외국인이 구글 지도를 실행하면 길이 없는 곳을 안내하는 등 불안정한 완성도를 나타낸다고 설명한다.
또한 지도 데이터 반출이 불러올 수 있는 국가 안보 문제와 관련해서는 추가 위협이 없다고 못 박았다. 권 매니저는 “지도데이터 이슈를 고려할 때 반출을 허가한다고 해서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는 것은 없다”며 “오히려 지도 데이터 반출시 사업부문에서 혁신과 경쟁 확대를 통해 사용자가 얻는 이익을 먼저 고려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국내에 서버를 두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은 고수했다.
이에 토론자로 나선 윤영찬 네이버 부사장은 구글의 주장을 반박하고 나섰다.
윤 부사장은 구글 지도 데이터가 안보에 영향이 없다는 주장에 대해 “안보 상황을 구글이 판단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구글은 지금 자기중심적인 사고에서 문제를 풀어나가고 있다”며 “안보 문제에 대해 항변할 수는 있지만 결국은 우리가 결론을 내려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는 자체적으로 제작한 지도검색과 내비게이션을 내년 출시해 제공한다는 계획을 내세웠다. 윤 부사장은 “관광 통계를 살펴보면 82%가 아시아, 이 중 절반이 중국인 관광객일정도로 구글 영향을 받는 외국인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며 “이러한 외국인 관광객을 위해 내년까지 다국어 지도검색과 내비게이션, AI기반 앱을 출시해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이우현 의원은 “이날 토론회는 국내 지도를 해외 기업에 제공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진단하기 위해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라며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가장 합리적인 결정에 도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