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까지 경영 최일선에서 뛰고 있는 벤처 1세대는 저밖에 없을 걸요?” 김덕용 KMW 회장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웃음에선 1인 벤처를 수천억 원 매출의 중견기업까지 성장시켰다는 자신감이 엿보였다. 또, 한 번 받기도 어렵다는 ‘수출탑’을 다섯 번이나 받은 경험 속의 여유도 느낄 수 있었다.
얼마 전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KMW 본사에서 만난 김 회장은 “1인 벤처에서 시작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모델이 히든챔피언인데, KMW는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회사”라며 “많은 벤처기업들에게 KMW가 좋은 롤모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자신했다.
KMW는 무선통신 기지국에 들어가는 장비를 생산하며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회사다. 안테나와 무선(RF)부품인 리모트 라디오 헤드(RRH)를 주로 생산한다. 3년 전부터는 LED 조명사업을 추진하면서, 최근 미국 등 해외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김 회장의 창업은 1991년 서울 구로동에서 직원 1명과 함께 시작됐다. 삼성-HP, 대우통신 등에서 9년간 직장생활을 하다 35살의 나이에 창업을 결심했다. 김 회장은 당시 8000만 원짜리 아파트를 매각해 자본금 5000만 원을 마련했다. 안정적인 직장을 버리고 창업을 결심한 그에게 당시 동료들은 미쳤다고 손가락질했다. 그는 “당시 관심이 없었던 이동통신 사업 아이템을 갖고 창업을 한다고 하니 주변의 반대가 심했다”면서 “하지만, 언젠가 이동통신 시대가 올 것이라고 생각해 부품 국산화부터 추진했다”고 말했다.
시작은 좋지 않았다. 창업한 후 3년간은 매출이 제대로 발생하지 않아 집에 생활비도 주지 못했다. 하지만, 2000년대 초 무선통신 기지국 장비 시장이 열리자, KMW는 점차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선제적으로 관련 투자를 진행한 것도 도움이 됐다.
김 회장은 “초반에 힘들었지만,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방식이 등장하면서 회사도 함께 급성장했다”며 “1991년 3000만 원에서 1997년엔 500억 원까지 매출이 올랐고, 외환위기(IMF) 전까지 지속적으로 성장했다”고 회상했다.
IMF를 견뎌낸 KMW는 2013년 25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주요 시장인 미주지역의 투자 지연 등 업황 악화로 최근 2년 동안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등, 최근의 회사 상황은 좋지 않았다.
김 회장에게 남은 숙제는 무너진 실적을 되살리는 것이다. KMW는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2198억 원의 매출과 448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그는 “전체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이었지만, 사업이란 게 계속 롤러코스터를 타더군요. 최근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돌파구는 있을 겁니다. 올해는 LED 조명사업의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게 당면 목표입니다”라고 담담히 말했다.
그는 적자 속에서도 묵묵히 연구개발(R&D)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400억 원대의 적자에도 R&D에만 350억 원을 투입했다. “당장의 문제만 해결하려는 기업은 미래가 없습니다. 앞으로도 매출액의 15%는 R&D에 쓸 겁니다.” 그의 경영신조이자 자신감이 시장에서 증명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